한국의 금성사와 일본의 알프스전기가 첨단전자분야의 기술공동개발을
위해 합작연구소를 설립키로 했다는 소식은 기술의 국제화시대에 국가간
기술협력의 이상적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일본내에 50대50 비율로 총 800억원을 투자해
초박막액정표시장치(thin film Transistor-Liguid crystal display)의
제조및 량산기술개발을 위한 합작연구법인을 설립, 내년 1월부터 운영키로
했다.

그동안 한.일간에는 많은 기업합작이 있었지만 최첨단기술을 공동개발하는
본격적인 대규모 합작연구소를 한국이나 일본내 어디건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일 기술협력의 새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사의 이번 제휴는 반도체에 이어 "제2 산업의 쌀"로 불리는 TFT-LCD개발
기술을 보유한 금성사와 LCD양산과 관련한 신기술을 보유한 알프스전기가
서로의 앞선 기술을 상호제공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차세대 영상표시장치
를 개발,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 합작사업은 두 전자회사가 멀티미디어시대의 생존전략의 하나로 일본의
샤프와 도시바등 선발업체들의 시장독점을 깨뜨리기 위한 전략적 제휴라고
풀이할수 있다.

즉 제조기술과 양산기술의 상호보완적인 매우 건전한 합작형태를 보여준다.

이번 합작은 또 앞으로 한.일간의 기술이전문제를 풀어갈 방향을 새롭게
제시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한.일 양국은 일본의 대한기술이전문제를 놓고 많은 갈등을 겪어
왔다.

우리정부와 업계는 기회 있을때마다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번번이 "기술이전은 양국업체간의 문제"라는 식으로 실질적인 접근
노력자체를 피해왔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이전방식의 개발이 절실히 요청되던 터였다.

이런 때에 실현된 두 민간업체의 전략적 제휴합작사업은 한.일간에
바람직한 기술협력의 한 패턴을 제시하는 동시에 두나라 기업간 기술협력의
확산을 촉진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기술이란 그 속성상 독점적 폐쇄적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진 독자적 기술이란 있을수 없다.

특히 정보화사회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에는 자기혼자만이 독자적
으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독점적으로 보유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때문에 기술의 국제화, 분업화가 불가피하다.

다만 일본등 선진국과의 합작연구소 설립에는 꼭 유의해야할 점이 있다.

우리의 기술수준이 아무리 높다 해도 기술선진국과의 합작은 그 취지와는
달리 일방적인 기술도입의 변질된 형태가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보다 내실있는 공동연구가 되려면 우리의 기술수준도 상대방과 견줄 수준이
돼야 하며 이는 끊임없는 독자적 연구개발이 병행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또 연구소 운영에 있어서도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 안목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한.일공동연구법인의 출범을 계기로 전자제품 뿐만아니라 다른
제품도, 금성사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도, 일본과의 합작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과도 이같은 기술제휴가 활발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