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고의 선언은 꽤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막부를 타도하고,유신정부를
수립하는데 누구보다도 공로가 크며,지금도 실질적으로 제일인자라고 할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있는 사람이 만약 자기 주장대로 안될 경우 모든
관직을 버리고 떠나겠다니,그럴수 밖에 없었다.

잠시 아무도 말이 없었다. 무겁고 긴장된 분위기를 휘젓듯, "으음-"하고
입을 연 것은 이와쿠라였다.

"천황폐하께서 사절단이 귀국한 뒤에 다시 논의를 해서 결정하라는
분부가 계셨다고 하니, 설령 지난 6월에 어떤 결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그것을 뒤집을 수가 있는 거요.

그런데 만약 그럴 경우 모든 관직을 버리고 떠나겠다니, 그것은
천황폐하의 분부에도 위배될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무시한 오만불손한
협박이라 아니할 수가 없소. 그런 협박적인 서찰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오"

"문제를 그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사이고공은 육군대장
이며 근위도독으로 군권을 한손에 거머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그가 그런 선언을 했을 때는 중대한 각오를 했을게 틀림없어요. 어떤
사태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능히 짐작할수 있는일 아닙니까"

이다가키의 말이었다. 그 말을 맞받아치듯 오쿠보가 언성을 높였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요? 사이고공이 군대를 이끌고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뜻인데,그런 협박 공갈이 어디 있소. 사이고공이
그러겠다고 하던가요? 그렇다면 그건 천황폐하께 대한 반역이오"

분위기가 험악해지려 하자, 산조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들 해요. 태정대신으로서 단안을 내리겠소. 이렇게 대립이
되어 논쟁을 거듭하다가는 끝이 없으니,표결에 부치도록 하겠소. 한사람
한사람 차례대로 자기의 의사를 한마디로 표현해 주기 바라오.

사이고공을 전권대사로 조선국에 파견하는데 대하여 찬성이면 찬성,
반대면 반대,간단명료하게 밝혀주오"

누구는 찬성파,누구는 반대파라는 것을 이미 뻔히 다 알수 있었지만,
의결의 절차를 갖추느라 앉은 차례대로 한사람 한사람 그것을 밝혀
나가기 시작했다. 숨막히는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참석자는 모두 아홉사람이었다. 어제 회의때는 열사람이었는데 사이고가
불참했기 때문이었다.

찬성과 반대가 4대4였다. 마지막으로 태정대신인 산조의 의사에 따라
찬이냐 반이냐,어느 한쪽으로 결판이 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