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이론을 잘 나타내는 그림으로 "수인의 꿈"이
있다. 감옥 한 쪽 구석에서는 죄수가 잠을 자고 있고 햇빛을 들이는
조그마한 창살 주변에는 새가 날고 있는 그림이다. 새처럼 자유로워
지고 싶어하는 수인의 무의식적 욕망이 항상 꿈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인간은 평소에는 자신의 잠재적 욕구를 좀체 들키지 않는다. 이성혹은
자아라는 무의식의 검열기관이 우리의 일상 생활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어장치가 남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가려져 버린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까. 남모르게 꿈꿔온 갖가지 권력욕과 소유욕이
잔뜩드러날 때 그 기상천외함이란 아마 만화영화를 방불케 할 것이다.

영화"마스크"가 포착한 아이디어는 바로 이 점이다.

싸구려 자동차때문에 나이트클럽 문전에서 박대를 당하는 평범한 은행원
스탠리 이프키스(짐 캐리). 그는 자신의 근무처를 털 음모를 꾸미고 있는
갱조직 두목의 정부를 멋모르고 사랑하는 순정파이기도 하다.

우연한 기회에 11세기 스칸디나반도의 유물인 저주받은 마녀의 마스크가
그의 손에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런데 이 마스크는 아주
신비한 힘을 가진 영물이다.

쓰기만 하면 모든 것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다. 고급 승용차를 사기
위해 아무런 죄책감없이 은행 돈을 "꿀꺽"할 수도 있고 고무 풍선으로
기관총을 만들 수도 있다. 자신을 우습게 아는 여자를 사로잡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어리숙한 은행원 스탠리의 마음속에 늘 도사리고 있었을지 모를 힘에
대한 갈구가 현실화 되는 것이다. 영화의 후반부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로 진행된다.

마스크는 카지노사업장이권을 노리는 암흑조직의 보스에게 넘어가고
스탠리는 "마스크 범행"의 장본인으로 밝혀져 감옥에 갇힌다.

그러나 애견 마일로의 도움으로 탈옥한 스탠리는 카지노 사업장을
폭발시키려는 위기를 해결하고 여인의 사랑도 차지하는 히어로가 된다.

"에이스 벤츄라"에서 "형사가제트"를 연상케 하는 애완동물탐정역으로
국내팬들에게 인사했던 짐 캐리의 급속한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

조지 루카스 필름과 "드라큐라"로 아카데미 특수 분장상을 수상한 그레그
캐놈이 책임진효과와 분장이 인상적이다. (대한극장 상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