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의 충격을 잘 이겨내고 자본자유화를 수용할수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가 멕시코. 다른 남미국가들의 경우와는 달리 멕시코는 자본자유화와
금융자율화 이전에 강력한 거시경제 안정화정책을 취해 미리부터 수용
기반을 갖추어 나갔다.

82년 외채위기를 경험한 멕시코는 83년부터 88년까지 재정과 통화를
최대한으로 억제하는 정책기조를 지속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데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따라 멕시코 정부는 87년12월 임금을 동결하고 재정지출과 통화
방출을 억제하는 종합경제조치(Pact of Economic Solidarity)를 실시했다.
엄청난 상승세를 지속하던 인플레이션은 진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제가 안정되면서 멕시코의 금융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높아져 페소화의 가치가 절상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됐다. 이로인해
수출경쟁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 것이다.

멕시코는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88년에 새로운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우선 89년1월부터 90년5월까지 매일 페소화의
가치를 미국달러당 1페소씩 절하시켰다.

다른 남미국가들도 이와 유사한 조치를 취했지만 멕시코는 물가가
안정돼있어 인위적인 자국화폐의 평가절하가 무리없이 진행될수 있었다.
동시에 재정긴축기조를 더욱 강화했다.

이어 90년2월엔 채권국들과 외채감축협정을 체결했다. 지속적인 긴축
정책으로 실질금리가 하락하고 물가상승이 둔화되는데 이어 외채에
대한 채무불이행위험이 감소되면서 미국과의 금리차이도 현저하게
좁혀졌다. 해외로부터의 자본유입 자체를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않고도
자본의 유출입을 수용할수 있게 된 것이다.

선진국중에선 자본자유화가 늦었던 뉴질랜드가 모범적인 성공사례
국가다. 뉴질랜드는 지난 84년부터 자본거래를 완전히 자유화했는데
영국의 대응을 모델로 삼았다. 강력한 재정.통화긴축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주력한 것이 주효해 혼란없이 자유화를 매듭지었다.

뉴질랜드도 자본거래자유화 초기에 해외로부터 순자본이 유입되고 환율이
평가절상되는 현상을 보였었다. 84년부터 88년까지 진행된 자국화폐의
평가절상률이 27%에 달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일관된 안정화
대책의 효과로 부작용을 상쇄할수 있었다.

참고로 영국의 대응경험을 보면 자본거래자유화 이후 오히려 자본이
유출되는 가운데서도 파운드화의 가치가 절상되는 현상이 나타났었다.

실질환율의 평가절상률은 자본거래자유화 첫해인 79년에 16%,80년 20%,
81년 6%에 이르렀었다. 하지만 이같은 파운드화의 화폐가치 절상이
영국의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까지는 작용하지 않았다.

당시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재정긴축을 실시, 물가가
안정돼 있었기 때문에 자본거래자유화 조치를 지속시킬수 있었다.

<정만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