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찬 기운이 느껴진다.

얼마전 폭염은 기업 저편으로 사라진 채 산만했던 마음가짐이 갑자기
찾아온 가을의 무게 앞에 차차 제 자리를 잡아가는 것같다.

어쩔수 없이 가을은 가을인 모양이다.

이 숙연한 "여유"를 생각해 본다.

여의도 사무실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포대교 앞은 항상 차들로 어지럽다.

워낙 교통량이 많은데다 무리한 교차로 진입과 양보없는 운행으로 인해
차가 뒤엉키기 일쑤다.

1초만 여유를 가져도 한결 차량 통행이 원활해질것 같은데 운전자 마음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조급한 태도가 질서를 깨뜨리고 일상생활을 짜증나게 하는 것이다.

여유있는 삶.

이는 거시적 안목과 진정한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무더위에 찌들더라도 어차피 때가 되면 서늘한 바람이 찾아오듯 삶의
조건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어려운 시기에 미래를 착실히 준비하다 그 기회가 주어졌을때 온힘
을 다해 나아가는 것이 여유있는 삶의 참된 모습으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해 체험 하나를 소개한다.

지금처럼 기업에 몸담기 전 주영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한국의 선박 구매자와 영국 관리들을 대동하고 배를 시찰하기 위해 사우스
햄턴이라는 항구로 간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 사다리 모양의 부교를 이용, 배로 올라가는데 우리 일행중 한
명이 실족하여 바닷물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순간 평소 신중한 성격의 영국 관리가 물에 뛰어들어 그 사람을 구해내는
것이었다.

여유있는 사고를 통한 자기 수양과 여기에서 배태된 합리적 상황판단이
그를 용기있는 행동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기다려야 할때 느긋할줄 알고 나서야 할때 머뭇거리지 않는 태도야말로
인생 성공의 요건인 듯싶다.

요즘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기업들이 국내외 투자를 차츰 늘리고
있다.

일부 전략품목과 지역은 경쟁 양상이 치열하다.

위험부담이 그만큼 클수도 있다.

기업경영의 여유와 진정한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