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노사분규가 61일간의 파업끝에 23일 노사양측이 잠정합의안
을 마련함으로써 분규를 사실상 타결지었다.

노조는 오늘 잠정합의안을 전체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확정할 예정으로
있으나 이미 정상조업에 찬성하고 있는 조합원이 70%를 넘고 있어 타결은
확정적이라 할수 있다.

크게 치른 대가 현대중분규사태가 노사자율로 극적으로 타결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미 비싼 대가를 치르기는 했지만
더이상의 사태악화를 막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현대중사태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분규타결이
노사 모두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인가.

정치협상에서 서로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다가 극적으로 타결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동안 우리가 수없이 겪어온 노사협상도 막판에
가서 극적으로 타결된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서로의 주장이 같을수 없기에 타협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노사자율로 현대중분규가 타결된 것은 하나의
값진 수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노사양측이 파업기간중 치른 대가는 너무 컸다.

파업으로 현대중공업의 매출손실은 4,861억원,수출피해액은 3억2,700만
달러에 달했고 수주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외국으로부터 수주받은
조선및 플랜트 발주회사가 계약직전에 경쟁관계에 있던 외국회사로
넘겨버려 타결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의 1,500여 협력업체는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서 이들 업체가
입은 매출손실은 1,612억원에 이른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무노동무임금원칙적용으로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손실 역시 엄청난 규모에 이른다.

무노동무임금은 원칙 이러한 피해는 현대중공업의 노사,그리고 협력
업체가 직접적으로 입은 것이지만 이는 따지고 보면 우리모두에게
돌아갈 몫을 잃은 것이다.

다시 말해 국민경제가 그만큼 손실을 입은 것이다. 노사는 물론 국민
경제가 모두 패배자가 된 셈이다. 현대중분규타결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기에 앞서 근본적인 몇가지 문제를 짚어보지 않을수 없다.

첫째 노조측이 "무노동무임금"원칙을 수용키로 하고 회사측이 노조원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함에 따라 분규가 타결되었다는 점이다.

양측의 입장과 주장이 엇갈릴때 협상이 이루어지고 타협방안을 찾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무노동무임금원칙의 수용이 과연 타협해야할
성질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 남는다.

이 원칙은 노사는 물론 자본주의체제 유지를 위해 지켜야할 절대명제
인대도 이것이 타협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은 수긍하기 어렵다. 타협의
원칙은 지켜야 하지만 원칙을 타협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둘째 이번 사태가 공권력에 의해 해결되지 않고 노사간 자율협상을 통해
해결되었다는 것은 특기할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는 과연 할일을
다했는가를 묻지않을수 없다.

정부는 이번 사태에 개입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율타결의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불법과 탈법과 폭력이 동원되고 있는 데도 정부가 노사분규해결에
공정한 감사자와 중재자의 역할을 포기했다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재정립시급한 노사관계 셋째 노조라는 조직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근본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근로자의 복지와 권익신장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결코 노조
간부를 위한 조직은 아니다.

지난 6월23일 노조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파업에 들어갔지만 그후 사태가
악화되자 파업을 반대하고 조업참가 촉구서에 서명한 조합원수가 전체의
70%를 넘었다. 그런데도 노조간부들은 이를 외면했고 조업에 참여한
조합원들과 파업참여자와의 사이에 노노충돌로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넷째 경영자 스스로가 협력적 노사관계정착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경영자는 분규만 없으면 된다는 소극적 입장에서 벗어나 근로자
의 창의와 적극적참여를 바탕으로 경영혁신을 주도해나가야 한다.

현대중분규의 자율해결은 우리의 노사관계를 한차원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율은 당사자들이 법을 지키고 책임을 다할수
있을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걸 강조해두지 않을수 없다.

실이없는 파업이 가져다 준것은 상처뿐인 영광이 아니라 노사 모두를
패배자로 만든 상처뿐이었다. 노사양측은 서로의 주장을 분명히 하되
회사를 제대로 돌아가게 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는 비싼 대가를 치르기는 했지만 이번 사태가 준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노사는 타도해야할 적일수 없고 이마를 맞대고 함께 일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해 공존공영해야 한다.

기계를 멈추어 놓고생산현장을 벗어나서 회사발전과 이를 통한 근로자의
복지증진과 권익신장을 이루어낼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