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를 웃도는 지독한 날씨때문에 긴장과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하지만 하고 싶었던 영화를 찍는다는 마음에 열심히 촬영에
임할수 있었지요."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메리다시에서 약 6개월동안 무더위,해충에 시달리며
영화 "애니깽"(두손필름)을 찍느라 검게 그을러진 장미희(36)씨는 이렇게
소감을 털어 놓는다. 지난 2월9일 김호선감독과 출국했던 장씨는 자신의
촬영분을 끝내고 최근 일행보다 먼저 귀국했다.

"사의 찬미"이후 장씨의 두번째 해외로케 작품이 되는 이 영화는 구한말
화란계 영국인과 일본인에 의해 저질러진 조선인 1천여명의 멕시코 노예
송출 사건을 소재로하고 있다.

"애니깽"은 멕시코 유카탄반도에서 자라는 선인장의 일종으로 밧줄과
카페트의 원료로 쓰이는 식물명. 애니깽 농장으로 팔려간 우리 선조들이
겪는 고통과 망국의 한이 영화"애니깽"의 중심 테마이다.

장씨는 온실속의 꽃처럼 자란 양반계급 여성이었으나 하루아침에 노예로
전락한 "국희"역을 맡아 16세에서 70세에 이르는 파란만장한 여인의
삶을 보여준다.

"화사한 얼굴의 처녀역을 위해 멕시코현지에 도착한 날로부터 체중불리기
작전에 들어갔어요. 일체 외출을 금하고 먹기만 했더니 4Kg이상이
늘던데요.

" 한증막같은 악조건속에서 애니깽 줄기를 약 50개정도 잘라내면서 당시
한인들의 고난상을 재연해본 장씨는 "이렇게 먼곳까지 와서,이렇께 힘들게
살았는줄은 몰랐다"며 흡사 "엑소더스"같은 분위기를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76년 은막에 데뷔한 이래 현재 자신의 영화인생 3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장씨는 "사의찬미"의 윤심덕처럼 국희역시 실존인물인 만큼 "리얼리티를
표현하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애니깽"은 김감독이 이끄는 잔류진이 귀국하는데로 나머지 촬영을
마치고 내년 2월께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