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수출업체인 (주)학산(대표 이원목)은 부산 광안리해수욕장근처에
있다. 이회사의 4층건물에는 층마다 전시장이 절반정도를 차지하고있다.

거래 바이어별로 별도의 전시장이 필요해서다. 공장이 따로없는 학산은
근처에 연구개발(R&D)센터도 갖고있다. 신발에 문외한인 사람이 보면
신발공장과 다름없지만 신제품개발과 샘플을 제작하는 곳이다.

학산은 세계각지에서 주문을 받아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남아각국과 중국
등지에 생산을 떠맡긴다. 다국적 채널을 갖춘 마케팅컴퍼니이다. 비트로란
자사브랜드도 있다. 연간 1억달러어치를 다룬다.

이원목사장은 "만드는 것만이 미덕일수는 없다"며 "신발산업을 이정도까지
끌어올렸던 노하우를 팔아먹어야한다"고 말한다.

원가가 안맞는다는 이유로 공장문을 닫는 동시에 회사간판도 내리는게
신발업계의 풍속도였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업체의 신발생산
노하우는 그 깊이가 대단하다. 바이어들도 동의하는 대목이다. 이를
활용해야한다는 게 이사장의 생각이다.

노하우를 살리는 요체는 마케팅이다. 요즘 부산신발업계에선 새삼
마케팅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늘고있다.

학산처럼 마케팅에 포커스를 맞추고 출발한 기업은 물론 태광실업 세원
삼양통상 대신교역등 중견기업들도 마케팅에 부쩍 신경을 쏟는다.

회사자체의 경쟁력을 갖추기위해선 원자재조달 자동화안정적인 거래선
확보등 그동안 뒷전으로 미뤄뒀던 일들을 챙겨야한다. 그게 마케팅
전략이다.

이들 업체들은 해외인력확보 자동화 부품해외가공등의 확대가 생산원가
절감과 함수관계를 갖고있다고 생각한다.

세원은 현재 갑피를 중국청도에서 외주가공하고있다. 중국에서의 외주
가공으로 족당 2달러40센트의 절감효과가 나온다는게 회사측의 분석이다.

현재 50% 뿐인 해외외주가공을 내년에는 80%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
이다. 세원은 삼성물류연구소에 물류진단을 받기도 했다.

태광실업은 중국에서 갑피를 가공,원가를 낮추고있으며 전산화와 장비
자동화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있다. 이회사는 올해도 갑피패턴장비와
금형등에 10억이상을 투자했다. 추락하는 산업이라고 남들이 얘기해도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다.

주무부처인 상공자원부도 이들의 변화노력에 부응,시설개체에 국한됐던
합리화자금을 마케팅에도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유브랜드수출업체의 수출마케팅자금으로도 합리화자금이 쓰일수있도록
부처간에 조율중이다. 변신을 위한 운전자금이 시설투자보다는 우선
한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김병춘한국신발산업협회회장은 "동남아지역보다 원가가 15%정도만 비싸도
품질과 납기가 보장되는 한국에 오더를 내겠다는 것이 바이어들의 얘기"
라며체질을 강화하는 길이 "한국신발"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완제품수출은 물론 소재와 기술을 판매하는 것도 신발산업의 범위에
포함시켜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야한다(민병권신발연구소소장)는 주장도
제기되고있다.

마케팅전문회사에게도 수출보험과 연불수출등을 허용해 수출의 전위
부대로 키워야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완제품수출의 뒷걸음이 곧
한국신발의 끝을 예고하지 않기 위해선 마케팅전략수립에 비지땀을
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