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군대에 들어와서는 그 고된 훈련때문에 전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가 어느정도 그 생활이 익숙해지면 제일 먼저 손꼽아 기다려지는 것이 외출
이다.

매일 주변에 있는 녹색의 남자들만 쳐다보다가 영외로 나가서 다채로운
색상의 사람 무리들과 거리에서 만난다는 것 그자체만도 벌써 억압되어있던
젊음의 패기가 그 자유스러움을 얻어 폭발해 버린다.

그래서 제어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폭음을 하고 주변과 시비를 하고 종국
에는 싸움판까지 벌이게 된다. 그래서 부대에 돌아오는 시간에도 늦게되고
이들 때문에 제시간에 얌전히 돌아온 전우들은 외출의 행복했던 영상만을
가슴에 안은채 늦은 밤에 특성훈련을 받게된다. 그런데 외출을 나갔다면 그
양상은 무척 다르게 변한다.

사고의 건수도 현저히 줄거나 아예 없을 뿐만아니라 외출중의 행동도 무척
차분하기 그지없게 된다. 같은 사람들인데도 입는 옷에 따라 그 형태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이것은 옛날 양반들이 상놈과 구별되게 삼복더위
에도 자세를 흐뜨리지 않을 않았으며 의관을 갖추어 생활을 해야만 했고
굶주려 세상을 하직하더라도 이웃에 비굴한 손을 내밀지 않았던 양반의
자존심을 지키는 행동과 유사하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우리의 현대 생활관습에는 이 존엄한 양반의 긍지를
지키는 아름다은 풍속은 사라지고 막말을 하고 침을 뱉고 줄서지 않고
바가지 씌우고 쓰레기 버리고 높은 소리로 떠들고 그리고 이웃과 싸움도
하는 비양반의 오기만 남게되어 버렸다.

그래서 휴가철에 보면 이렇듯 고속도로 위에, 해변가에, 산속에 숱하게
퍼져 있음을 보게된다. 그렇지만 우리 문화의 본능속에는 아직도 우리
양반의 자존심, 양반의 긍지가 죽지않고 그대로 살아남아 있는 것을 확인
하곤 한다. 그래서 이 여름에는 나혼자만이라도 양반의 긍자를 살리겠다는
존엄한 선서의식이 휴가 출발전에 꼭 거행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