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계에 리엔지니어링 열풍이 불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무한경쟁(지난해 책을 출간한 출판사만 3천여곳)과 불과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출판및 서점 개방에 대비,경영혁신을 통해 자구책
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출판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신진출판사는 물론 기존의 중.대형출판사들도 기획팀 강화,출판.기획정보
자료화,전산조판시스템 도입,사원 해외연수확대,시리즈기획을 비롯한
출판종류 다양화등 출판경영의 선진화와 다각화를 위한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창작과비평사 고려원 지식산업사 현암사 세계사 해냄출판사 둥지등은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곳들. 창작과비평사는
올봄 주식회사체제로 전환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경영혁신을 꾀하고
있다.

우선 출판에서 표지장정및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증되는 점을 감안,
표지디자인과 광고기획을 전담할 미술팀 신설을 추진중이다.

디자인을 담당할 아트디렉터를 구하는 한편 상임이사인 이시영씨가 직접
자체미술실을 운영하는 다른 출판사를 찾아 자문을 구하는 정도. 이른바
벤치마킹기법을 도입하고 있는 셈이다.

또 사내 전산조판시스템 도입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원은 3년전부터 모든 사원이 연2회이상 일본연수를 다녀오도록 하고
매일 사내에서 일본어교육을 실시하는등 사원재교육에 힘쓰고 있다.

내년부터는 영어강좌도 개설할 예정.또 세계출판정보 수집을 위해 출판
연구실을 설립,영어 일어 불어 독어등 각어권별로 저작권대행사와 해외
유명출판사의 동향을 파악토록 하고 있다.

현암사는 지난 2년동안 컴퓨터조판시시템을 갖추고 앞으로 생태와 자연에
관한 책은 CD-I로 제작할 것을 검토중이다.

해냄출판사는 올해초 3명의 기획위원팀을 구성하고 대대적인 조직점검에
들어갔다.

해냄측은 문학전문 출판을 지향하는 해냄출판사와 별도로 도서출판
해냄미디어를 설립하고 빠르면 내년부터 대중교양물 출판을 본격화할
방침을 세웠다.

또 기획위원회에서는 기존의 순수.대중소설 개념이 아닌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문학작품을 개발,빠르면 올해말부터 선보이기로 했다.

또 출판.기획 정보를 자료화하는 전산작업을 진행하고 사원재교육을 위한
연수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위해 올해 처음 전사원을 4일간 관광형식으로 일본에 보냈으며 내년
부터는 해외연수를 연2회로 정례화할 방침이다.

그간 학술서적 출판을 주로 해온 지식산업사의 경우에는 학술서 판매는
한계가 있다는 자체진단아래 차츰 학술도서 비중을 줄이고 일반교양물과
아동도서출판의 비율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또 다품종소량이 될 수밖에 없는 전문서적 출판은 자체전산시스템으로
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 전산화작업을 준비중이다.

세계사는 독자의 취향을 읽을 수 있는 출판기획을 위해 편집부에 기획팀의
기능을 부여,기존 기획부와 함께 운영해 나가기로 했다.

"세상을 사는 지혜"로 널리 알려진 둥지출판사는 그간의 문학출판 중심
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종합출판을 지향하기로 하고 작업을 진행중이다.

먼저 맞벌이부부를 위한 생활정보 자동차관리요령등 생활정보시리즈 " For
Life " 1백권을 기획, 1차로 10권을 내놓았다.

또 원고가 디스켓으로 들어오고 출판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전산시스템 도입
이 불가피하다고 진단,전과정을 컴퓨터화면으로 처리할 매킨토시시스템을
들여온다는 방침을 굳혔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조만간에 닥칠 무한경쟁시대에 대비,
경영혁신을 서두르고 있다.

출판계의 이같은 리엔지니어링 바람에 대해 관계자들은 "출판이야말로
차세대문화산업이라는 인식이 뚜렷해진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권성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