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의 지급준비금부족으로 자금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6일의 지준마감을 앞두고 지난 2일부터 줄곧 콜금리가 법정상한선인 연25%
를 기록하였으며 회사채유통수익률도 9개월만에 처음으로 연 13%대로 뛰어
올랐다.

한은은 만기가 된 2조원의 환매채(RP)중 6,000억원을 은행들에 현금상환
하였으나 지준부족규모가 적수기준으로 5조6,000억원에 달해 몇몇 은행들은
지준부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지준부족은 기업의 경우 부도에 해당되는 것으로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기관의 공신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기 때문에 보통 큰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관치금융에 젖어온 국내은행들은 벌칙성(B2)자금을 얻거나
과태료를 내면 해결되는 일과성 문제로 여겨 대비를 게을리 해왔다.

그러나 얼마전까지도 안정세를 보이던 자금시장이 왜 갑자기 은행의 지준
부족도 막아주지 못할 정도로 빡빡해졌을까.

물론 당장의 원인은 물가불안을 걱정한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기조를
안정위주로 끌고갈 결심을 했고 이에 따라 한은도 총통화증가율을 14%로
죄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접어들었고 2.4분기 경제성장률이 두자리수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금수요도 활발한 가운데 돈줄을
죄겠다는 정부발표는 자금가수요를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자금시장이 과도기적인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금리자유화가 추진되는 가운데
자금의 금리민감도는 상당히 높아졌다.

시중은행들의 경우 신탁계정과 양도성예금증서(CD)를 통한 자금조달이
총예수금중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비싼 자금을 끌어들여 운영수익을 올리려 하다보니 안전하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소매금융에 치중하여 지난해이후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가계
대출을 늘렸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크게 오르자 유가증권투자가 크게
늘어났다.

문제는 우리경제가 아직도 자금잉여경제가 아니라 자금부족경제라는
점이다.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경상수지가 적자를 면치 못함으로써 해외부문에서
돈을 빨아들이고 있으며 비효율적인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퇴출이 이루어지지
않아 자금수급은 초과수요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초까지도 기업의 자금수요가 본격화되지 않았고 경기활성화와 금융
실명제의 충격흡수를 위해 돈이 많이 풀려 별 문제가 없었으나 지금은 사정
이 달라졌다.

이렇게 조금만 통화조절시기를 못맞춰도 탈이 나는 까닭은 뒤떨어진 통화
관리제도와 비효율적이고 폐쇄적인 금융시장때문이다.

정부와 은행은 함께 원칙에 충실하여 과도기에 불가피한 부작용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하여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