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8월2일, 1년여간 지속된 유럽외환시장의 혼란으로 유럽환율조정체계
(ERM)가 손을 들고 사실상 변동환율제를 택한 날이다. 그로부터 꼭 1년.

ERM의 변동폭을 중심환율을 기준으로 상하2. 25%에서 상하15%로 확대한
뒤 유럽외환시장의 혼란은 가라앉고 단일통화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통화위기의 악몽에서 벗어난 유럽국가들은 작년말이후 뚜렷해지고
있는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경제통화동맹(EMU)에의 합류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92년 가을 엄청난 국제투기자금이 몰리면서 시작된 유럽외환시장의 혼란은
당시 유럽공동체(EC)회원국간의 통화교환비율을 뒤흔들면서 준고정환율제로
유지돼 온 ERM을 와해위기로 몰아갔다.

유럽경제의 기축통화역할을 해 온 마르크화를 관리하고 있는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은 그 1년동안 6백억마르크를 쏟아부으며 ERM지탱에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에는 변동폭의 확대를 통해 준변동환율대로 ERM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결단을 택했었다.

이 기간동안 영국파운드화와 이탈리아리라화는 ERM에서 탈퇴하는 불명예
를 감수해야 했다.

당시에는 이같은 환율변동폭확대로 인해 회원국간에 평가절하경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그러한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투기자금
을 몰아냄으로써 유럽환율이 중심환율로 수렴되는 안정세를 되찾았다.

대부분의 유럽통화가 마르크화에 대해 종전 ERM변동폭인 2.25%내로
진입해 있다.

유럽연합(EU)으로 탈바꿈한 유럽국가들은 외환시장이 안정세를 회복함에
따라 이제는 인플레억제,정부지출억제와 예산적자축소에 총력을 쏟고있다.

EU회원국중에서 현재 마스트리히트조약이 제시하고 있는 기준을 충족
시키고 있는 나라는 룩셈부르크, 아일랜드뿐이다.

그러나 유럽집행위원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그리스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기준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트리히트조약은 회원국의 3분의 2(8개국)이 이 기준을 충족시키면
EMU가 출범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에따라 97년출범도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마스트리히트조약의 EMU가입기준은 인플레및 금리, 환율, 재정정책의
세가지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인플레의 경우 소비자물가가 가장 낮은 3개회원국의 평균치에서 1.5%
포인트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금리의 경우는 인플레가 가장 낮은
3개국의 채권금리를 기준으로 2%포인트내에서 안정돼야 한다.

현재 인플레가 가장 안전된 국가들은 프랑스,덴마크,네덜란드이며 다수의
회원국들이 인플레와 금리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율의 경우 조약은 회원국들이 적정(normal)환율변동폭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적정변동폭이 정확히 어느정도인가를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15%변동폭을 기준으로 한다면 모든 회원국들이 이를 충족
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재정문제는 그러나 다소 시간을 필요로 하고있다.

마스트리히트조약은 EMU의 출범에 앞서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정부의 공동부채누적액이 6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룩셈부르크와 아일랜드가 올해 이 기준을
충족시키고 독일, 네덜란드가 거의 근접해 있으며 다른 회원국들도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러한 EMU실현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해도 유럽외환시장의 혼란, 그리고 지난 1년간의 경험은 EU회원국
들에는 시장통합에는 통화통합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일깨워 준 계기가
됐다.

<이 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