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보다 모유가 좋다고 한다.

사람의 모유에는 젖소의 우유에 미량으로 들어있는 락토페린이란 단백질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 모유에는 리터당 1~3g, 우유에는 리터당 0.02~0.3g의
락토페린이 들어 있다.

철분증강과 항균성을 갖고 있는 이 유용한 물질을 젖소로 부터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국내 유전공학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주역들이
있다.

유전공학연구소(GERI) 동물발생공학팀(팀장 이경광박사)은 인간의
락토페린유전자로 형질전환한 생쥐를 개발, 락토페린 양산의 가능성을
구체화하고 있다.

동물발생공학팀은 이번에 확보한 형질전환기술을 젖소에 적용, 앞으로
2~3년내에 다량의 락토페린이 들어있는 우유가 나오는 젖소를 개발해
내겠다는 일념으로 무더위도 아랑곳 않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락토페린과 같은 인체생리활성물질을 대량으로 얻어내기 위해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미생물이나 동물세포배양등 다른 방법이 갖지 못한
잇점을 가져다 준다.

대량생산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예컨대 젖소는 1년간 1만리터의 우유를 생산하며 리터당 33g의 단백질을
만들어 낼수 있다.

생산원가가 낮다는 점도 형질전환동물 이용기술이 갖는 장점이다.

기존의 목장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형질전환동물 역시 자손번식을 통해 유전이 되기 때문에 필요한 생리
활성물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수 있다.

"락토페린을 양산해 내는 형질전환젖소 개발이 성공할 경우 미량으로 들어
있는 유용한 의료물질을 양산 할 수 있는 기술기반이 확보됩니다"

이박사는 형질전환젖소의 개발이 국내 의약및 식품산업의 기술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박사가 김선정박사를 비롯 이철상선임연구원 이고운연구원등 10여명의
연구원으로 이뤄진 동물발생공학팀을 이끌고 형질전환 젖소 개발에 들어간
것은 지난92년.

선도기술개발사업(G7프로젝트)의 하나로 이과제는 시작됐다.

외국에서도 아직 실용화에 들어가지 못한 첨단 유전공학기술이었다.

이박사는 "인체유전자중 락토페린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찾아 내고 이
유전자를 여러조절인자와 재조합, 생쥐의 수정란에 주입한뒤 이수정란을
생쥐에 이식하는데 성공함으로써 형질전환생쥐를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김박사는 선진국에서도 이같은 연구가 진행중이어서 이들이 내놓은 특허를
피해가며 기술을 확보해야 해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이연구원은 "락토페린이 인체의 다른 부위에서도 생산될때의 부작용 우려
때문에 유선에서만 나오도록 하는 것이 필요했다"며 유전자 재조합에 이를
고려해야 했던것도 어려움을 더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같은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락토페린을 다량으로 생산할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여러 조절인자를 조합한 재조합유전자"를 7개 만들어
냈다.

이들 재조합유전자를 생쥐의 유선조직에서 유래된 동물세포의 배양을 통해
선별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락토페린 생산효율이 가장 높은게 꼽혔다.

이렇게 얻어낸 재조합유전자를 직경 1미크론 이하의 미세한 유리관을 통해
수정란에 주입하고 이를 생쥐의 암컷에 이식한 것이다.

암컷이 낳은 10마리의 새끼 가운데 2마리가 락토페린을 유선에서만 다량
으로 생산하는 형질전환생쥐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스런 결과였다.

"젖소의 경우 생쥐와 달리 태어난후 2년 이상이 지나야 젖을 짤수 있어
실험에 대한 결과를 오랜동안 알기 힘듭니다. 그만큼 실험과정에서 더욱
철저한 재점검이 필요하지요"

이박사는 이외에도 수정란를 확보하는게 생쥐보다 어렵고 재조합유전자를
주입한 수정란을 목장까지 보관, 운반할 수 있는 기술이 형질전환젖소
개발과 실용화를 위한 선행과제라며 아직도 넘어가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연구원들이 밤낮을 잊고 연구에 매달리고 있어 다른 선진국
보다 앞서 형질전환젖소의 실용화를 이뤄낼 것으로 믿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오광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