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대한 연민없이는 글쓸 생각을 말아야합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이세상 생명을 가진 모든것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자연과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려야 합니다" 다음달
"토지"완간을 앞둔 박경리(67)씨가 오랜만에 독자앞에 나타났다.

경주에서 열린 "문학인대회"에서 "문학과 삶"이라는 주제로 1백분에 걸쳐
자신의 문학관과 독자들의 질문에 대답한 박씨는 "창작에만 몰두하고 싶어
대중적인 자리에 나타나는것을 거절해왔다"며 자신이 원주에 칩거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박씨가 69년부터 "현대문학"에 연재하기 시작한 "토지"는 올8월 15년만에
전5부 16권으로 완성, 솔출판사에서 출판되게 된다.

이작품을 완간한후 원주집에서 잔치를 벌이고 서울로 나들이, 이틀간
강연을가질 박씨는 "토지"의 마무리 작업으로 조금 피곤한 기색이었다.

"사람은 근원적으로 한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이감정은 보복을 내포하는
원한이라는 감적과 다르지요. 한은 못다해준데 대한 슬픔이자 미래를
향한 염원입니다"

박씨는 이렇게 한을 표현하며 "우리 문학의 큰힘은 슬픔의 한이 비극으로
끝나지않고 희극과 맞물려 여유롭게 중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외국 이론을 가져다가 한국문학을 평가하고 그틀에 끼워 맞추는 것은
작가를 오염시키는 행위입니다. 생명은 발생하는 것이고 창조는 개인의
영역에 속하는것입니다. 만들때 이미 정형화된 틀에 가두려 하지말고
생명을 살려줘야 하지요"

문학에서의 "생명사상"을 강조하는 박씨는 오늘날까지 인류중심으로
생각해온 관념을 깨고 인간을 위해서는 모든 것이 희생되도 정당하다는
의식을 버려야 인류가 살수있다고 지적한다.

80년 이후 강원도 원주에 은거하며 작품활동에만 전념하고있는 박씨는
"작가의 밑천은 절대자유와 존엄성"이라며 "시간을 뺏기기 싫고 사람앞에
자주 나서면 순수성을 잃고 명예를 생각하는 세속성에 물들까봐 인터뷰는
되도록 거절한다"고 밝힌다.

올10월쯤 "토지"는 김영동씨의 작곡과 소설가 신경숙씨의 각색으로 전통
음악의 가락을 살린 음악극으로 만들어진다.

이에 대해서는 "김영동씨가 국악으로 만든다고 알고 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또 사위인 김지하씨가 얼마전 "그물코"라는 문예지를 창간한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질문에도 "그쪽에다 물어봐야지 나는 모르는일"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