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에는 포세이돈이라는 바다의 신이 나온다. 고전시대의 그리스
조각이나 그림을 보면 끝이 세갈래로 갈라진 창을 들고 가슴팍을 드러낸채
서있는 모습은 위엄에 차 있으나 무언지 모르게 불안감이 깃든 침울한
표정과 구질구질한 수염 머리칼등은 호감을 주지 못한다.

포세이돈이 노하여 나타날 때에는 바다에 거센 태풍이 몰아 닥친다. 그가
창을 휘두르면 바다에 무서운 파도가 일어나게 된다.

그리스인들은 포세이돈을 섬기는 제사때에 그 신의 파수이자 풍랑이 상징
인 것은 황소를 바다속에 몰아 넣어 그를 달래는 풍습이 있었다.

동.서양 가릴 것 없이 고대인들은 이처럼 바다의 신이 노해 무시무시한
태풍이 일어나면서 산덩이같이 파도들이 밀려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관념의 세계는 바다의 신에게 태풍의 재앙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비는 기구신앙을 낳게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태풍이 신의 노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신이나 인간의 힘으로 다스릴수 없는 자연의
조화가 가져다 주는 재앙일뿐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태풍의 공기기둥이 가장 큰 것은 높이가 12km, 지름이 500km에 이르고
최고초속 90m로 소용돌이친다. 그동안 발생한 태풍들의 위력은 평균하여
핵폭탄 몇개의 에너지와 맞먹는 것이었다.

1분사이에 방출하는 힘이 미국의 50년간 사용 전력에 해당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그 에너지가 방대한 지역에 폭우와 폭풍, 해일을
일으키면서 죽음과 파괴를 가져다주게 된다.

1900년 미국텍사스주의 갤비스턴에서는 6,000여명,70년 방글라데시에서는
20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54년 일본에서는 연락선이 침몰하여 1,000명
이 익사했다. 그에 따른 재산피해도 엄청났다.

한반도에도 태풍은 주기적으로 찾아 든다. 평균적으로 남부에는 2년,
중부에는 4년, 북부에는 6년마다 한번정도로 태풍이 온다.

전국적으로 가장 피해가 심했던 해는 1925년으로 7월에 두번이나 내습해
태풍수가 일어났다. 59년9월 남해안지방을 강타했던 사라호태풍이 75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화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목이 타는 가뭄에 시달린 나머지 월트태풍이 빗겨간 것을 못내 아쉬워
하는 마음들이 가엽기 그지 없다. 요즘하면 사신이라도 맞아들이겠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