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외국에서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쉽게 볼수 있는 우리 놀이문화의
문제를 생각해봤다.
서울근교 유원지에 가보면 촘촘히 세워진 간이 천막사이로 시끄럽게
가요가 울려나오고 한낮임에도 술에 취해 거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중년부인들이 낯선 남자와 함께 어깨를 감싸고 빙빙돌아가며 춤춘다.
이렇게 밖에는 발산할수 없다는듯 풀어헤쳐진 여인네의 표정이 보는이까지
안쓰럽게 한다.
그는 누구의 엄마이며 또 누구의 아내인가.
한강고수부지 미사리조정경기장은 또 어떤가.
가족단위로 교회 직장 종친회 동창회, 각기 모임도 다양하게 하루를
즐기기 위해 가족 혹은 단체로 나들이를 왔다.
사람수에 비해 너무 많은 먹을것을 싸오느라 저마다 두손이 힘겹다.
오로지 먹기위해 모이는지 들고온 음식의 양도 놀랍다.
예외없이 상추쌈과 불고기냄새가 들판을 진동시키고 소주병도 박스로
옮겨진다.
며칠 살면서 먹어야할 양의 식사를 하루 들놀이를 위해 땀을 흘리며 나르고
있는것을 보노라면 먹고난 후의 쓰레기가 염려스럽다.
모처럼 야외에 나왔으면 조용히 강변을 거닐어도 보고 새소리도 들으며
들판에 피어 있는 들풀도 보며 잔디에 팔베개하고 하늘을 바라보는 그런
여유를 가져 볼수는 없는 것일까.
식사를 마치면 둘러앉아 화투를 치며 술을 마시고 때아니게 싸움을 하기도
하는 추한 어른들.
함께 따라온 아이들은 전연 관심밖이다.
가끔 고속도로에서 단체로 놀러갔다 오는 관광버스를 볼수 있다.
우연히 버스안을 보면 전세낸 버스는 움직이는 나이트클럽이다.
몸을 흔들며 춤추는 사람, 악을 써가며 노래 부르는 사람, 손뼉과 함께
발까지 구르는 사람.
저 버스의 운전기사는 과연 목적지까지 안전운전을 해낼수 있을까.
모처럼의 항공기 여행에도 예외가 없다.
비행기안에서도 화투를 한다.
안전벨트를 매라는 안내방송이 나와도 제멋대로이다.
목적지에 도착한 비행기가 출입문에 다가가느라 천천히 가고 있는데
우르르 일어나 앞으로 나간다.
당황한 여승무원이 두손을 높이 들고 앉으라고 손짓을 하나 듣지 않는다.
얼마전 소래포구를 찾아갔다.
기대와는 달리 시원한 바다풍경도 볼수 없었거니와 주변은 더럽고 즐비한
횟집의 호객행위로 인해 불쾌했다.
식당 또한 소리지르며 식사하는 손님들로 앉아 있기가 괴로웠다.
휴가철이어서인지 신문마다 해외여행안내 광고가 넘치나 이런 모습으로
어디 해외 나들이를 할수 있겠는가.
그동안 돈벌이에만 급급하여 예절을 무시하며 살아왔으니, 시험공부에
급급하여 나밖에 모르는 이기주의로 키웠으니 어디서나 아름답지 못한 행동
으로 남을 괴롭힐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못하는 우리 모습.
이렇게 막사는 어른들이 자녀에게 무엇을 가르칠수 있겠는가.
"세살버릇 여든간다"라는 말이 있다.
잘살고 못살고를 떠나, 많이 배우고 적게 배우고를 떠나 너나없이 기분
내키는대로 행동해도 통하는 사회라면 기본이 없는 사회다.
자신의 편의만을 추구하는, 즉 나만 편하고 나만 즐겁고 나만 배부르고
나만 스트레스풀면 된다는 개인주의적 사고와 행동이 무섭기만 하다.
언제까지 이럴것인가.
말로만 국제화 선진화 떠들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내몫의 예의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
놀때에도 해도 되는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나로인하여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말자.
꽉 짜인 긴장된 일상에서 벗어나 생각을 풀고 평화로이 쉬어 볼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모처럼의 휴가가 휴식과 즐거움의 시간이 되도록 멋진 계획을 세워 나부터
내가족부터 실천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