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관측은 지금의 "달러약 엔고"현상이 적어도 지난주말의 나폴리
G7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소나마 진정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빗나갔다.

국제외환시장의 엔고행진은 장마전선처럼 완강하다.

나폴리회의가 끝나고나서 처음으로 열린 주초(11일) 도쿄시장의 엔화시세는
미화달러당 98.55엔을 기록했고 런던 뉴욕시장에서의 그것은 각각 97.33엔과
97.75엔이었다.

국제환시에서 이른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던 "1달러=100엔"이 무너진
것은 지난달 27일이었다.

그뒤 두자리수의 엔시세가 정착되면서 이달들어서는 달러당 97~98엔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속적인 달러화의 약세는 국제통화안정과 무역면에서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크지만 나폴리에 모인 선진국 정상들은 이렇다할 논의도 대응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경제선언의 7개항, 정치문제를 다룬 12개항의 의장성명에서도 환율안정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재무장관 성명에서 나타난 약간의 언급이 고작이다.

이번 회의에서 달러방위문제에 미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이유는
달러의 가치가 미국경제의 기본체질에 달려 있다는 인식에서 인위적으로
조정작업을 자제한데 있다.

그러나 경제실체의 흐름이 설령 그렇다해도 자국통화의 가치하락을 방관
하는 것은 결코 현명하고 책임있는 행동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달러화약세는 미국민의 구매력감퇴를 가져오는 동시에 인플레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급격한 엔고는 겨우 되살아나고 있는 경기회복 기운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달러약 엔고 현상의 원인은 미경제체질약화의 달러의 신인도저하에 따른
투기가들의 달러투매가 가세하고 있는것 외에 최근의 국제자금 흐름이
80년대와 달라진데도 기인한다.

80년대에는 일본의 경상흑자가 대부분 직접투자형식으로 미 유럽에 환류
되었지만 지금은 일본내의 불황으로 이 자금이 일본기업의 금융비용에 충당
되고 있다.

때문에 미국내에선 자금부족현상이 두드러져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현재의 환율양상은 미국의 일반국민과 일본의 기업에 고통을 줄뿐 아니라
미.일양국의 최대무역파트너인 우리 기업에 짙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안겨
준다.

G7의 안정화기대도 사실상 무산된 지금 국제통화가치변동과 그 향방에
보다 세심한 주의와 현명한 대응이 요구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