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을 흔히 국제화시대라고 한다. 국제화시대에 있어서는 컴퓨터를
모르면 컴퓨터문맹 혹은 줄여서 "컴맹)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바보취급
당한다. 또 요즈음을 녹색시대라고도 한다. 녹색시대에는 환경에 대한
의식이 없으면 환경문맹 또는 "환맹"이라는 지탄을 받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환경오염이 심해지면서 우리 국민의 환경의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마치 환맹이 만연하기 때문에 우리의
환경이 이토록 오염되었다는 말처럼 들린다. 각종 언론매체라든가,민간
환경운동단체들도 우리 국민의 환맹을 지탄하고 환경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과연 그럴까. 이제까지 발표된 각종 객관적 자료에 의하면 우리국민의
환경의식이 매우 낮다는 말은 천만의 말씀이다. 환맹은 커녕 우리 국민의
환경의식은 놀랄 만큼 높다.

예를들어서 가장 최근에 전국에 걸쳐 가장 큰 규모로 실시된 "환경보전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보자.

이에 의하면 조사대상자의 약 90%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경제벽에 비해서 환경개선 투자가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있고,하천에
오염물질을 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조사대상자의 87%정도가 쓰레기오염의 책임은 각 개인및 가정에
있다고 생각하며 자연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사대상자의 75%가 야외에서 생긴 쓰레기를 되가져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62%가 합성세제 사용을 절제한다고 말한다. 또다른 한 환경의식
조사에서는 70%이상이 환경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 세금을 낼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의 환경의식이 이 정도인데 "환맹의 만연이야 말로 환경개선의
어려움을 말하는 적신호"라는 말을 과연 할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이런
식의 진부한 주장이 우리 환경문제의 핵심을 호도함으로써 환경개선을
더디게 하는 적신호가 아닐까.

그건 그렇고 우리 국민의 환경의식이 그렇게 높은데,어떻게 해서 우리의
환경은 이렇게 심하게 오염되었을까. 한 마디로 "생각"과 "행동"이 따로
노는 탓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생각과 행동이 따로 놀지 않게 할 것인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늘 보듯이 생각을 실천에 옮기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렇게 할 강력한 동기, 인센티브를 불어 넣어 주는 것이다.

우리 과거의 생생한 체험이 웅변으로 이를 말해주고 있다. 자타가 공인
하듯이 지난 60~70년대 우리의 경제가 급속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원인은 우리의 우수한 노동력이 산업현장에서 높은 생산성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이 들을 연결한 매체는 "우리도 열심히 일하면 잘 살수 있다"는 강력한
경제적 동기였다. 우리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요체는 우리 국민의
그런 높은 환경의식이 실현에 옮겨지도록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것이다.

요즈음 우리의 쓰레기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근원적으로 따져 보면 그 원인은 쓰레기를 덜 배출하려는
동기, 쓰레기를 많이 수집하려는 동기, 쓰레기를 많이 재활용하려는
동기가 지독하게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의 어디를 둘러 봐도
그런 동기가 생생하게 살아날 풍토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

각 가정에서 쓰레기를 10t 배출하나 100t 배출하나 쓰레기 수거료납부액
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쓰레기 분리수거 해봐야 아무 것도 주부의 손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쓰레기를 재활용해 봐야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 쓰레기를 덜 배출하려는
동기, 쓰레기를 많이 수집하려는 동기, 쓰레기를 많이 재활용하려는 동기,
바로 이런 동기를 고취시키는 것이 우리의 쓰레기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열쇠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일부 도시지역에서 실시되는 쓰레기수거료 종량제는
하나의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환맹을 들먹거리지 말고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우리 국민의
높은 환경의식을 우리의 환경개선에 최대한 동원하기 위해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특히 경제적 동기의 부여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좀 안됐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처럼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없다는 현실도 직시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