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517) 제2부 정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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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토는 육년전 어느 비내리는 밤에 고우메를 미스아게해 주던 일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때 고우메가 내질렀던 소리와 지금 저 여자가 내지른
소리가 너무나 흡사하질 않은가.
"오호-"
이토는 묘한 기분이었다.
숫처녀를 우격다짐으로 범한 저녀석이 누굴까? 그리고 남자의 힘에 못이겨
자기의 소중한 것을 빼앗긴 저 여자는 또 누군지... 바짝 더 궁금해졌다.
그러나 이토는 그쪽으로 더는 가까이 다가가 볼수가 없었다. 마치 마스트
에 살그미 숨기고 있는 몸이 굳어져 버리기라도 한듯 걸음이 떼어지지가
않았다.
철썩 철썩 뱃전을 때리는 파도소리와 함께 남자는 기어이 끝까지 여자를
짓이겨댔다.
절정을 넘어선 남자가 팽팽하게 달아오른 바람이 푹 꺼지는 듯한 숨을
쏟아내며 비실 미끄러져 내리자, 여자는 기진을 한듯 축 늘어져 버렸다.
잠시후 남자가 일어섰다. 주섬주섬 아랫도리를 추스르더니 성큼성큼
그늘에서 걸어나왔다.
"아니, 저 녀석이..."
이토는 그제야 남자가 누군지를 알았다.
나가노 게이지로였다. 스물아홉살 먹은 외무 칠등출사(이등서기관)인데,
사절단원 중에서 단연 첫째가는 미남이었다.
그는 이번이 첫 해외나들이가 아니었다. 11년전인 1860년, 미일수호통상
조약의 비준서 교환을 위한 막부의 사절단 파견때 통역 견습생으로 선발
되어 도미했었다.
그때 그는 그곳 서양 부녀자들 사이에 대인기였다. 열여덟살 먹은 빼어난
미남이었으니 말이다.
"황색의 미소년 토미"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져 가는 곳마다 사교계의
부녀자들에게 둘러싸이다시피 했고, 심지어 그런 제목의 대중가요가 생겨나
크게 유행하기까지 했었다.
서양 여자들의 개방적인 성 풍속을 그 황색의 미소년 토미가 실컷 체험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꼴값하는군. 저 녀석..."
가벼운 분노 같은 것을 느끼며 이토는 마스트에서 떨어져 성큼 앞으로
나섰다.
"아이고"
놀란 나가노는 후닥닥 뛰어 도망치려다가 이토를 알아보고 주춤 멈추어
서더니 꾸뻑 허리를 꺾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죄송합니다"
나가노는 고개를 떨군채 슬금슬금 선실 쪽으로 달아나 버렸다.
기진한 듯 늘어졌던 여자가 사람 기척이 나자 벌떡 몸을 일으켜 대충 옷을
여미고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머리에 떠올랐다. 그때 고우메가 내질렀던 소리와 지금 저 여자가 내지른
소리가 너무나 흡사하질 않은가.
"오호-"
이토는 묘한 기분이었다.
숫처녀를 우격다짐으로 범한 저녀석이 누굴까? 그리고 남자의 힘에 못이겨
자기의 소중한 것을 빼앗긴 저 여자는 또 누군지... 바짝 더 궁금해졌다.
그러나 이토는 그쪽으로 더는 가까이 다가가 볼수가 없었다. 마치 마스트
에 살그미 숨기고 있는 몸이 굳어져 버리기라도 한듯 걸음이 떼어지지가
않았다.
철썩 철썩 뱃전을 때리는 파도소리와 함께 남자는 기어이 끝까지 여자를
짓이겨댔다.
절정을 넘어선 남자가 팽팽하게 달아오른 바람이 푹 꺼지는 듯한 숨을
쏟아내며 비실 미끄러져 내리자, 여자는 기진을 한듯 축 늘어져 버렸다.
잠시후 남자가 일어섰다. 주섬주섬 아랫도리를 추스르더니 성큼성큼
그늘에서 걸어나왔다.
"아니, 저 녀석이..."
이토는 그제야 남자가 누군지를 알았다.
나가노 게이지로였다. 스물아홉살 먹은 외무 칠등출사(이등서기관)인데,
사절단원 중에서 단연 첫째가는 미남이었다.
그는 이번이 첫 해외나들이가 아니었다. 11년전인 1860년, 미일수호통상
조약의 비준서 교환을 위한 막부의 사절단 파견때 통역 견습생으로 선발
되어 도미했었다.
그때 그는 그곳 서양 부녀자들 사이에 대인기였다. 열여덟살 먹은 빼어난
미남이었으니 말이다.
"황색의 미소년 토미"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져 가는 곳마다 사교계의
부녀자들에게 둘러싸이다시피 했고, 심지어 그런 제목의 대중가요가 생겨나
크게 유행하기까지 했었다.
서양 여자들의 개방적인 성 풍속을 그 황색의 미소년 토미가 실컷 체험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꼴값하는군. 저 녀석..."
가벼운 분노 같은 것을 느끼며 이토는 마스트에서 떨어져 성큼 앞으로
나섰다.
"아이고"
놀란 나가노는 후닥닥 뛰어 도망치려다가 이토를 알아보고 주춤 멈추어
서더니 꾸뻑 허리를 꺾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죄송합니다"
나가노는 고개를 떨군채 슬금슬금 선실 쪽으로 달아나 버렸다.
기진한 듯 늘어졌던 여자가 사람 기척이 나자 벌떡 몸을 일으켜 대충 옷을
여미고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