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열도를 뒤덮어가는 저가전쟁은 기업들을 커다란 시련에 빠뜨리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불황에 시달리는 기업들에게 마진삭감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기업들은 하나같이 이같은
이전투구가 하루속히 매듭지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일본기업들의 기대는 어디까지나 기대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일본이
처해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가격전쟁은 오히려 지금부터 더욱 본격적인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일본기업들은 언젠가는
겪어야만 할 시련의 국면에 이제 막 접어들기 시작한 셈이다.

일본이 시련을 피해갈 수없는 첫번째 이유는 일본의 물가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내외
가격차다. 도쿄의 물가는 뉴욕에 비해 평균1.7배수준에 달한다. 식품 주류
의복 서비스 공공요금 할것없이 모두가 뉴욕수준을 크게 웃돈다.

이같은 내외가격차는 일본시장이 국제화되어가면 갈수록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적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상품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시장경제하에서 같은 상품을 두고 큰폭의 가격차가 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외가격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시장의 국제화가 뒤져있다는 것을
반증해주는데 지나지 않는다. 일본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엔 석유제품의 수입자유화를 추진하는 등 각종 규제완화를 통해
내외가격차를 시정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일본정부의 정책변화가 어느정도의 속도로 이뤄지든간에 앞으로의 일본
물가는 국제화의 진전과 함께 내외가격차가 줄어드는 쪽으로 바꿔말하면
하락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두번째 이유는 일본의 엄청난 무역흑자와 이로인한 미국의 통상압력이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란 쌍둥이적자의 문제를 안고있는 미국으로서는
거대시장인 일본시장의 개방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일본으로서도 미국과의 관계악화는 바람직하지 않기때문에 시장의 장벽을
지속적으로 완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상품들이 국내시장에서
외국제품들과 격심한 경쟁을 치를 수밖에 없게 된다는 얘기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해선 이경쟁에서 이길 수 없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압력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엔고현상이다.

미국의 압력은 일본시장을 마지못해 열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엔고현상은 일본으로 하여금 스스로 시장을 열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해외의 싼 상품이나 부품을 수입해 쓰지 않고는 일본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없게 된 까닭이다.

달러당 1백엔선까지 돌파한 엔고의 위력은 최근 아주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영합리화를 통해 플라자합의이후의 엔고를 극복했던 일본기업들도
최근의 급격한 엔고엔 근본적으로 구조개혁을 하지 않고는 버티기 힘든
한계를 느끼고 있다.

수입PB브랜드나 수입부품의 사용확대 한국산철강등 원재료수입확대 해외
생산증대등의 경향이 두드러지게 늘고 있는 것은 이런 사실을 충분히
입증한다.

최근의 격렬한 가격경쟁은 일본이 세계경제의 큰흐름에 함께 용해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저가전쟁이라는 이같은 새로운 시대의 전개는
한국기업들에게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시장은 한국기업들이 여타국가기업들에 비해 많은 잇점을 보유하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우선 같은 한자권이어서 의사소통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인접국인 관계로 운임비용도 덜 든다. 게다가 한국상품은 가격도
저렴하면서 품질도 상당수준 뒷받침된다.

일본의 새로운 흐름을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하느냐는 결국 한국기업들이
얼마나 충실히 이시장을 연구하고 얼마나 열심히 시장개척에 나서느냐에
달려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