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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건설진흥촉진대회부대행사의 하나로 ''건설산업발전 대강연회''가
21일 오후2시 건설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대한건설협회 해외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사업협회 등 국내 12개 건설관련단체가 공동
주최한 이 강연회에서는 ''세계경제의 환경변화와 한국의 진로''(제1주제)
''개방화시대의 건설산업 발전방향''(제2주제) ''건축설계의 국제개방화대책''
(제3주제) 등 3개 주제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이날 강연내용 가운데 ''개방화시대의 건설산업발전방향''의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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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주 <신화건설 회장> ]]]

세계경제가 개방화 국제화되는것은 필연적 추세이다. 건설업도 예외는
아니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과 정부조달협상에서 건설업을 개방하기로 했기 때문
이다.

문제는 세계경제질서 개편이 일부 강대국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유리하게 틀이 짜여지고 우리는 어쩔수없이 그들이 짜놓은
틀속에서 활동할수밖에 없게돼 있다.

협상결과에 따라 건설시장이 개방되면 외국 선진건설업체들은 먼저 비교
우위에 있는 분야부터 파고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민간건설분야보다는 공공분야에서 우리업체와 심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선진건설업체들이 공략할 분야를 보면 *고도의 건설기술이나 시공기법을
필요로 하는 기술집약적 프로젝트 *엔지니어링을 포함한 대형 턴키프로젝트
*막대한 자금동원능력이 요구되는 개발프로젝트 *고도의 전문기술이 필요한
중소형 프로젝트 등이다.

이에비해 미국 일본 유럽등 선진건설시장이 개방돼도 우리업체는 그 나라
건설업체보다 거의 모든면에서 비교열위에 있기 때문에 그들과 경쟁해서
이익을 창출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도 우리가 크게 유리한점이 없다.

우리업체들이 현지업체들보다는 기술이나 공사관리능력이 뛰어나지만 그곳
에서도 우리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선진건설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탓이다.

또 공사하기가 쉬운 분야에서는 현지업체와의 가격경쟁에서 우리가 절대적
으로 불리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 건설업계가 해외에 진출한지가 30년이 넘었고 그동안
많은 경험을 쌓음으로써 개발도상국들보다는 우리가 여러면에서 앞서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제3국시장에서 선진업체들과 경쟁,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일부 선진건설시장에 진출해 자리를 잡아가는등 희망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설비수출과 연계, 해외건설시장 진출기회가 늘어나는 것도 우리건설
업계의 밝은 면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국제경쟁시대에 우리건설업계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

이에대한 대답은 한마디로 국제경쟁력 강화이다.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무엇보다도 기술의 개발과 축적이 중요하다.

기술개발은 순수건설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것과 함께 건설공정 공법등의
연구개발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단순한 기술개발에 그치지말고 체계적으로 기술을 축적, 언제든지
사용할수 있게 하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다.

또 프로젝트의 종합화도 경쟁력강화를 위해 추진돼야할 점으로 꼽힌다.
최근의 발주패턴은 과거의 단순시공에서 탈피, 턴키베이스내지 준턴키
베이스로 바뀌고 있다.

이에따라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설비및 대규모 토목공사등을 수주, 시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와함께 지나친 외형팽창 지양과 품질향상 주력등도 중요한 일이다.

외형팽창은 우리나라 건설업이 갖고 있는 고질적 병폐의 하나이다.

건설공사의 핵심은 품질확보인데 우리는 그동안 질보다는 양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우리건설현장에서는 아직도 가장 기본적인 일들인 콘크리트 배합 타설
양성, 아스팔트 다지기, 철근배열 등에 대한 원칙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업계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먼저 업계는 업체들끼리의 과당경쟁을 줄여야 한다. 물론 업체간에 선의의
경쟁은 해야 하지만 무한경쟁과 서로 적대시하는 행위는 없어져야할 것이다.

또 인재양성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앞으로 수주패턴의 변화에 맞추어 금융, 특히 외국금융에 밝은 사람이나
발주처의 클레임을 해결할수 있는 전문인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다소 추상적인 얘기긴 하지만 업체 스스로가 자주의식을 갖는것 역시
절실한 일이다.

우리 건설업은 이미 대외에 개방할수밖에 없는 상황에 와있다. 이런 시점
에서 우리 업계 스스로가 국익을 생각하고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건설시장이 개방되는 때에 자기만 살기위해 국가 경쟁력을 손상시키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게되면 다른 업체뿐아니라 결국엔 자신의 경쟁력도 약화될수밖에
없다.

최근 일부 국내건설업체들이 개방에 대비한다는 명분아래 잇달아 외국
대형건설업체들과 손잡고 있는 것은 우려할만한 현상으로 보인다.

외국업체와 협력하는 업체중에는 비중있는 대형업체들도 끼어있어 더욱
개탄스럽다.

물론 외국업체와의 협력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게 사실이다. 선진기술
이나 관리기법을 배우는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외국업체들이 우리건설시장에 쉽게 진출할수록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그 대가를 받으려는 등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국제경쟁시대에 대비, 정부측에서도 해야할일이 적지 않다.

우선 우리건설시장이 개방되는 것과 관련, 우리업체보호를 위해 정부가
힘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개방 자체는 어쩔수없다해도 그들이 쉽게 들어올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고 포장까지 해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우리 업체가 해외건설시장에 진출할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공자금융을 요구하는 공사가 많이 발주되는 만큼 현재 가장 절실한
것이 금융지원이라고 생각한다.

근래에 금융지원책이 다소 개선되기는 했으나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약간의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정부가 자금력이 약한 해외진출업체들의 신용
을 보증해 주는 등의 파격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건설시장개방은 분명히 우리 건설업계의 위기이다.

그러나 업계와 정부가 합심해서 노력하면 이 위기를 우리 건설업계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전반이 발전할수 있는 기회로 만들수도 있다고 확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