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의 대화에서 "법인의 조세부담이 무겁다"라는등의 표현을 흔히
쓴다. 법적으로 그 존재가 인정된 실체로서 법인이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 조세의 부담을 지는 것은 개인이지 법인이 아니다.

그러므로 법인세는 법인의 소유자들, 즉 주주들에게 부담이 지워진 세금
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정작 법인세의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일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법인세 부과의 결과 그 기업이 생산하고 있는 상품의 가격이
올랐다고 하자.

그렇게 되면 그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법인세의 실질적인 부담을
나누어 지는 셈이 된다.

상품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의 실질구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소득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법인세가 부과되었을때 기업은 상품의 생산량을 줄이는 반응을 보일수도
있다.

이 경우 고용이 줄고 임금도 떨어져 근로자들의 소득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난다.

이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실제로 조세의 부담을 지는 사람은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부담의 주체와 다른 경우가 많다.

이렇게 조세부담이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가는 현상을 두고 조세부담의 전가
(shifting)가 일어났다고 한다.

법인세의 부담이 소비자에게로 넘어가는 것은 앞쪽으로 넘겨졌다고 해서
전전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근로자에게로 넘어가는 것은 뒤쪽으로 넘겨졌다고 해서 후전이라고
부른다.

부가가치세의 경우에도 법적으로는 공급자가 부담의 주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부분이 소비자에게로 전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생산자가격이 5만원인 가전제품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
되었다고 하자.

만약 조세부과 후의 가격이 5만3,000원으로 올랐다면 높아진 가격을 지불
해야 하는 소비자가 부담의 일부를 지는 셈이다.

그 상품의 공급자는 세금 5,000원을 뺀 4만8,000원을 자신의 판매수입으로
가질수 있게 되는데 종전에 비하면 2,000원이 줄었다.

3,000원을 더 내야 하는 소비자가 2,000원을 더 적게 받는 공급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세부담을 안게 된다고 말할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에서는 가입자 본인이 표준보수의 2%를 갹출료로
납부하고 고용주 역시 2%를 납부해 주게끔 되어 있다.

국민연금제도시행으로 인한 세금부담을 근로자와 고용주가 사이좋게 나누어
진다는 명분에서 이와같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주가 실제로 이 갹출료의 부담을 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
이다.

만약 임금이 이에 해당하는 만큼 하락한다면 실제로 부담을 지는 것은
근로자 자신인 결과가 나타난다.

선진국에서는 정말로 이와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실증연구의 결과가
제시된바 있다.

이상에서 본바와 같이 조세의 부담이 다른 사람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흔히
일어난다.

공평한 부담의 분배에 관해 논의할때는 이 점에 대해 특히 조심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