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미 카터 전미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미
군유해 송환요구에 대해 김일성 주석은 처음에 거부했으나 그의 부인인 김성
애가 승낙의 뜻을 표시하자 결국 동의했다고 전했다.

카터 전대통령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김주석과의 협상과정에 있었던 이같은
비화를 소개하면서 김성애가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자 김주석은 "좋
습니다.됐습니다"라고 큰소리로 말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카터 전대통령은 자신이 미군 유해송환을 요구하자 김주석은 "앞으로 있을
협상에 그 문제를 포함시켜 논의하자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며 "그
러나 나는 내가 요구하는 것은 추후협상이 아니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고 전했다.

"그 순간 그의 부인이 들어와 그에게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
다"고 카터는 전하며 "그것은 멋진 장면이었고 그녀는 매력적인 여자였다"고
자신의 인상을 밝혔다.

미국 관리들은 그러나 지금 김주석이 그같은 약속을 이행할 것인지 확인하
느라 무척 바쁘다.미군 유해송환 문제뿐 아니라 다른 몇가지 문제들도 카터
씨는 북한방문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한반도의 전쟁위기에서 미국을 건져냈다고까지 믿고 있을 정도
다.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그는 평양의
네온불빛과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가게의 북적거리는 인파,북한관리들의 ''우
호적이고 숨기지 않는 태도'',82세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정력적이고 지적인''
지도자의 모습에서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로버트 갈루치 미국무차관보는 이날 "이제 시작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
으며 다른 행정부 관리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카터씨가 김주석으로부터 평화
라는 말을 들으려고 너무 안달이 났던 것 같다고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다.
물론 카터씨는 어느 정도 모험을 감수할 태세가 돼 있었을 것이다.그는 "우
리는 너무 벼랑으로 치닫고 있는 생각이 들었다"며 "북한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누군가가 없었다면 북한
은 제재로 인해 상당한 모욕을 당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터씨는 그러나 김주석이 핵개발 동결,사찰요원의 지속적인 활동 보장,남
북정상회담등과 같은 협상의 결과들을 제대로 이행해 나갈지에 대해서 확신
은 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다만 그는 "내가 속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결과는 머지 않아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