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준 구 <서울대교수/경제학> <<<<

케인즈경제학은 한때 황금기를 구가하기도 했으나 70년대에 들어오면서
다른 학파로부터의 비판에 취약성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이에대한 비판세력으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 신고전
거시경제학자들이었다. 케인즈경제학자들이 이들과의 논쟁과정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 논쟁의 결과 비판세력들의 논리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새 이론체계가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신케인즈경제학이다.

신케인즈경제학자들은 이들을 비판하고있는 신고전거시경제학자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것을 배울수 있었다.

하나는 인플레이션이나 실업 같은 거시경제현상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경제적 의사결정과정을 미시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미래에 대한 기대가 경제의 향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분석의 핵심적 위치에 놓아야 한다는 사실도 배울수 있었다.

그러나 신케인즈경제학자들은 가격이 경직성을 갖고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언제나 수급이 균형을 이루는 것은 아니라는 기본인식을 견지하는 점에서
종래의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가격의 경직성 때문에 한 경제에 상당히 오랫동안 비자발적 실업이
존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케인즈경제학의 중요한 특징이다.

만약 임금률이 완전히 신축적이라면 실업이 존재할때 즉각 임금률이
떨어져 균형을 회복할수 있기 때문에 비자발적 실업이 장기간 계속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신케인즈경제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가격의 경직성을
설명한다.

첫째 가격을 변경시키는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생산자는 웬만하면 종전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든다.

예컨대 가격이 인쇄되어 있는 상품포장이나 카탈로그를 바꾸는 데만도
비용이 든다. 이를 메뉴비용(menu cost)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비록
사소한 규모라 할지라도 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둘째로는 위험성이라는 요인이 가격의 경직성을 가져 오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만약 경제가 불황국면에 들어서 상품수요가 줄어들면
생산자들은 상품의 가격을 낮추거나 생산량을 감축하여 수요의 감소에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생산량을 감소시키는 것이 더 일반적이라고 설명한다.

가격을 낮추는 경우 경쟁기업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는 물론
소비자들이 이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신케인즈경제학자도 충분한 시간이 흐를 경우 가격이 신축성을 갖게
되리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때 그때의 경제상황을 결정
하는 데는 단기적인 가격의 경직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에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