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율을 인상하면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 들일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세율이 이미 매우 높은 수준까지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는 세율의
인상이 오히려 조세수입을 줄이는 역할을 할수도 있다.

세율인상의 결과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그 자체가 급격하게 줄어들면
조세수입은 감소하게 된다.

세율이 거의 100%에 가까운 수준으로 올라가면 애써 일해도 수입의 거의
전부를 세금으로 내야하고 자신의 주머니에는 얼마 남지않게 된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소득세율과 조세수입 사이에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관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짐작할수 있다.

즉 처음에는 세율이 점차 높아가면서 조세수입도 함께 증가하다가 어느
수준부터는 세율이 올라가면서 세수가 차츰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래퍼곡선(Laffer curve)은 세율과 조세수입 사이에 존재하는 이와같은
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별로 새로울게 없는 그림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곡선이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한 그림이 된 데는 그당시의
미국내 정치상황이 큰 역할을 했다.

세금부담이 너무 무겁기 때문에 세율을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래퍼곡선을 매우 강력한 무기로 사용
하였다.

세율을 낮추게 된다면 오히려 조세수입이 더 증가할수 있다는 논리로 많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수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세율의 인하가 무기력에 허덕이고 있던 미국경제를 회생시키는데
큰 몫을 할수있다는 주장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었다.

세율을 낮추어 주면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하게 될뿐 아니라 저축이나
투자활동도 활발해져 경제성장이 촉진된다는 것이었다.

영어에 "사실이기에는 너무나 좋게 들린다"는 표현이 있다. 야바위 약장사
가 자신의 알약 하나만 먹으면 온몸에 있는 모든 병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할때 그것을 순진하게 믿어서는 안된다.

래퍼곡선을 들먹이면서 세율을 인하하기만 하면 경제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설득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마음을 가졌어야 할것이다.

레이건대통령은 취임직후 미국경제를 소생시키는 긴급처방의 일환으로
대폭적인 세율인하를 실천에 옮겼다. 그러나 이로인해 경제가 기대했던
대로 소생하지 못했음은 물론 조세수입이 증가하는 현상도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했떤 재정적자의 문제가 한층 더 심각해지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당시의 미국경제가 래퍼곡선의 어느지점에 위치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판단착오가 그와같은 실패를 불렀다.

세율이 너무높아 이를 내리면 오히려 세수가 증대할수 있는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는 판단이 단지 희망사항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그후의 역사가 잘
말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