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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의칼] (472) 제2부 대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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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군의 함대가 미야고만에 출현했다는 보고를 받은 히지가타는, "내
    예상이 틀림없지. 어디 이놈들 두고보자"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칼솜씨가 남달리 뛰어나고 용맹스러운 자를 사십명 가량 뽑아
    "기리코미타이"(검술특공대)를 편성하여 연일 훈련을 시키고 있었는데,
    그날밤 즉시 가이덴마루로 그들과 함께 출항했다. 아라이도 같이 타고
    있었다. 다른 두 군함이 가이덴마루의 뒤를 따랐다.

    자정이 가까운 한밤중에 세척의 군함이 구름이 끼여 마치 바다의 장막
    같은 짙은 어둠 속으로 숨어들어가듯이 하코다테항에서 조용히 미끄러져
    나갔다. 극비작전이기 때문이었다.

    미야고만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던 것은 세척 가운데 가이덴마루 한척
    뿐이었다. 중도에 풍랑을 만나 한척은 어디론지 유실되었고, 한척은
    그뒤 기관 고장을 일으켜 작전에 참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엄호해주는 함정도 없이 가이덴마루 단독으로 작전이 가능할까 싶어
    히지가타는 꽤나 불안했다. 그러나 감행할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심야에 가이덴마루는 미야고항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달이 휘영청
    밝은 밤이었다.

    가이덴마루의 마스트에는 미국의 성조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외국 군함
    으로 가장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관군의 함대 속으로 들어가 목표인
    고데쓰마루에 접근을 해보지도 못하고 변을 당할 것 같아서였다.

    자정이 훨씬 지난 깊은 밤중이라 열척의 관군 함정들은 잠이 든듯 항구
    앞바다 여기저기에 조용히 정박해 있었다.

    그 사이로 가이덴마루는 마치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남의 집에 숨어
    들어가는 도둑처럼 소리도 없이 미끄러져 기함인 고데쓰마루를 향해
    다가갔다.

    관군 함대 중에 하루히마루라는 전함이 있었다. 사쓰마번 소속의 군함
    이었다. 그 군함의 갑판 위에서 심호흡을 하며 중천에 걸린 달을
    바라보고 있는 수병이 한사람 있었다. 도고헤이하치로였다.

    살영전쟁때 영국 함포의 위력 앞에 눈물을 흘리며 후일의 복수를 다짐
    했던 포대의 그 소년병 말이다. 그때는 열일곱살이었는데, 어느덧 스물
    네살이 되어 해군의 삼등사관으로 함포 담당을 하고 있었다.

    한밤중에 잠이 깨어 소변을 보고서 잠시 갑판에 나와 바람을 쐬고
    있었는데, 뜻밖에 미국 군함 한 척이 미끄러지듯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어찌된 일이지?"

    그는 유심히 그 성조기를 게양한 군함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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