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감독원은 지난17일 투자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142개 조항의
증권회사 약관내용을 고치도록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시정명령을
받은 약관의 대부분은 증권회사의 잘못으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증권사는 법적책임을 지지않는다는 식의 부당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예로 제3자가 도장이나 증권카드를 변조 또는 위조하거나 훔쳐
돈을 빼갔더라도 증권사직원이 주의깊게 살펴 진짜라고 돈을 지급했을
때에는 과실책임을 지지않는다는 포괄적 면책조항이 있다. 또한 통장이나
도장을 분실 또는 도난당한뒤 이를 서면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증권사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규정이나 통신및 컴퓨터장애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책임지지 않는 것도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번의 시정명령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로서 환영하며 아울러 다음의
몇가지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로 은행이나 증권회사가 하루빨리 고객지향적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기왕의 거래관계나 기관장의 영향력으로 장사하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철저하게 서비스해주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모든 것은 서비스질과 수익률이 말해주며 다른 구구한 선전은 필요없다.
이점은 금융기관 뿐만아니라 일반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둘째로 일방적인 업무처리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아래 투자함으로써 분쟁발생의 여지를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하다. 증권사와 투자자간에 일어나는 분쟁의 대부분이 일임매매와
관련된 것으로 얼마전 증권사직원의 방화살인사건은 이익증대에만 급급한
증권사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투자자의 무책임이 빚어낸 비극이었다.

셋째로 최근 금융자산선호가 강해지고 외국인투자의 비중이 커지면서
거래규칙의 국제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들수있다. 불과 몇해사이에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일반투자자의 수및 관심이 엄청나게
커졌으며 기관투자가나 금융기관들도 대형화되었다. 게다가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의 개방폭이 곧 크게 확대되면 외국인투자자의 비중은 비약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비해 구태의연한 거래관행이나 규칙이 많아
분쟁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시장효율을 저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책당국은 가능한한 시장개입을 자제하고 대신 시장규칙이나 거래관행을
보다 합리적으로 고치는데 힘쓰는 것이 국제화되고 있는 국내금융시장의
발전을 돕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