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

통신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통신사업 구조개편방향을 두고 정부와
학계, 그리고 업계에서는 논의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히
우루과이라운드이후 (Post-UR)에 대비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정보.통신사업의
육성과 정보화사회 촉진을 통하여 국가경쟁력제고에 기여할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돌이켜보면 정부는 90년에 "통신산업은 독점사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부분적인 경쟁도입을 주된 내용으로하는 통신사업구조조정을 단행한바 있다.
이 결과 한국통신과 데이콤이 국제전화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하게
되었으며, 지역별로 1~2개씩의 무선호출(삐삐)사업자가 새로 등장, 기존의
한국이동통신과 경쟁관계에 들어갔다. 그간 물의를 빚어온 제2이동전화
사업자도 선정되어 서비스제공을 준비중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이 한계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긍정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제 다시 전면적인
구조개편을 하게 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무엇보다도 빠른 기술진보를 꼽을수 있다. 통신과 방송, 그리고
컴퓨터가 융합되어 새로운 미디어와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으며 통신에서도
유선과 무선의 구별이 애매해질 정도로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사업자 구도나 시장분류, 그리고 이에 바탕을 둔
규제정책은 별 의미가 없게 된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UR이후 통신시장도
전면적인 경쟁과 개방이 가시화됨에 따라 국내통신사업자들의 국제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통신사업 구조개편은 이러한 대내외적인 여건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려는 의지로 이해할수 있다. 단지 이같은 의도가 제대로 달성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몇가지 원칙을 고려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번 구조개편은 통신사업 차원이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의 경쟁력제고를 그 취지로 해야한다. 국제적인 무한경쟁시대에 정보
통신은 이제 그 자체가 국가경제를 선도할 전략적인 첨단산업일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통신사업자의 경쟁력제고는 물론 국가 사회전체의 정보화, 특히
기업들의 정보활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구조개편이 이루어져야 할것이다.
다시말해 정보통신의 활용이 이미 기업활동의 기본적인 한 요인으로 정착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신이용자들을 묶고 있는 각종 규제나 부가
통신사업자의 사업영역에 대한 엄격한 제한은 단순히 통신사업에 대한 규제
가 아니라 정보통신을 이용하는 정부 기업및 가계의 생산성제고라는 시각
에서 과감히 풀어야 할것이다.

두번째로 구조개편이 통신사업자들간에 이해조정이나 이권안배를 의미해서
는 안된다는 점이다. 일반의 관심은 구조개편으로 누가 이익을 보게 되는가
에 집중되어 있고 이를 의식하듯 정부도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구조개편은 과감한 규제완화와 경쟁
촉진을 통해 모든 통신사업자의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그 의미가 있으며
결코 제로섬게임이 될수 없다.

마지막으로 규제위주의 정책에서 탈피해 시장위주의 정책을 펴야할 것이다.
사업자들이 새로운 사업영역에 대한 진입이나 투자, 요금선택등에 있어서
일일이 정부의 감독과 규제를 받아서는 경쟁력이 강화될수 없다. 이제는
통신사업에도 시장원리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