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6월말까지 20개의 공기업을 매각,민영화하기로 했다. 민영화대상
공기업 68개 가운데 매각이 이미 완료된 5개기업을 제외한 63개 기업중
외환은행 이동통신등을 비롯한 20개 기업의 지분을 6월까지 매각하거나
경영권을 이양하기로 했고 그 후에도 민영화계획이 계속 추진될 예정으로
있어 공기업 인수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것 같다.

우리경제에서 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에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여야할 필요성은 과거 어느때보다 커졌다. 공기업의
경영효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제기된것이 바로 민영화라는 데에 우리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동안 정부는 기회있을때마다 공기업의 경영쇄신을 도모해왔다. 그러나
말만 무성했을뿐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것은 공기업을 관리하는
자는 그 기업을 한시적으로 관리할뿐 기업성과에 사활을 건 실질적인 주인이
아니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기업에 주인을 찾아주면 그 주인이 경영을
잘해서 수익성을 높일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국민경제를 위해서 좋은 일
이라는 생각때문에 공기업 민영화는 풀어야할 과제로 늘 제기돼 온것이다.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는 기업의 소유권이 단순히 민간에 이전되는 민유화
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공기업이 공기업으로 존재할수 있었던
것은 국민경제 전체를 위해 공익성을 도모해야할 필요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몇명밖에 안되는 낙도어린이를 위해서도 수지타산을 뛰어넘어 학교를
세우고 교육을 하는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익성이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경영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방치할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기업으로
남겨야할 업종을 제외하고 사기업으로 넘겨야할 업종을 과감히 민영화한다
는 것은 옳은 일일뿐 아니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일이다.

공기업 민영화가 바람직한 일이라 하더라도 유의해야할 점은 한둘이
아니다. 첫째 민영화를 어떻게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공기업의
주식을 일반 국민에게 분산 소유시키는 국민주방식을 이미 포기한바 있다.
그래서 공개경쟁입찬방식을 도입하였으나 한국통신주식매각과 관련된 외환
은행의 낙찰가조작사건에서 보는바와 같이 이방식에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공기업을 민영화한다고 할때 그 취지를 살릴수 있는 방법은 어느 한가지만
있는것은 아닐 것이다. 국민주방식이 문제가 있으니까 공개경쟁입찰방식을
택하고, 여기에 문제가 있으니까 또다른 방법을 택하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했다.

같은 공기업이라 하더라도 기업성이 강한것과 공익성이 강한 것으로
구분될수 있다. 예컨대 기업성이 강한 공기업의 경우 공개 경쟁입찰방식을,
공익성이 강한 공기업의 경우 국민주방식이나 청약예금에 의한 공모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할수 있을 것이다.

둘째 규모가 큰 공기업의 주인이 누가될것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공개
경쟁입찰방식으로 정부주식을 파는 경우 현실적으로 자금동원력이 풍부한
재벌기업이 인수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 경우 경제력집중이 심화될 가능성
을 배제할수 없다. 이렇게 된다면 공기업의 민영화목적은 달성된다 하더라도
경제력집중의 심화라는 달갑지 않은 부작용이 생겨난다.

특히 규모가 크고 장래성이 있는 공기업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재계의 판도가 바뀔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공기업민영화를 그
자체만 보고 추진할 것이 아니다. 공기업민영화가 경제력집중이나 업종
전문화, 또는 소유분산문제등과 어떤 관련이 있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가를 함께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칫 잘못하면 심장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나 환자는 사망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될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민영화에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참여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중소기업의 참여확대가 경제력집중
완화에 도움이 될수 있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셋째로 공기업의 주식매각은 그 매각방법에 따라 일반국민에게 투기심리를
조장할수 있고 또한 주식물량의 과다로 증권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바람직한 것이라 하더라도 많은 문제점이 있는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민영화 그 자체를
뒤로 미루는 구실이 될수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행의 민영화도 금융전업군 육성에 관한 방침을 확정한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위 금융재벌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는 금융자율화
와 국제화추진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새주인을 찾아준다고 해서 그동안의 비효율성이
일시에 사라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공기업체질과 조직을 수술하는 데에도
많은 마찰이 예상될수 있다. 민영화로 정부가 모든 책임을 벗어날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민영화에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보완대책에도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할것이다. 민영화는 공익성과 관련이 없고 기업의 소유가
민간에게 넘어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