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획원 심사평가국이 최근 작성해서 국무회의에 보고한 "93년도
정부주요업무 심사분석결과"에 들어있는 신발산업에 관한 내용은 한번
곰곰이 되씹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합리화산업이 이 지경이 되도록 아무 대책없이 방치해온 정부주무부처
(상공자원부)의 무신경 무책임을 우선 나무라지 않을수 없다. 상당기간의
준비와 논의끝에 확보한 2,000억원의 합리화자금이 계획기간 3년중 첫해에
8억원, 이듬해에 54억원등 2년간 고작 62억원밖에 소화되지 않았는데도
"복지부동"하고 있다가 이제와서 재검토운운하다니 한심한 일이다.

둘째 문제의 신발산업합리화계획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의 폐단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본보기다. 이 계획을 입안할 당시 업계는 애당초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었다. 높은 금리와 담보문제, 그리고 또 업계가
정작 아쉬워하는 것은 운전자금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당국은 2,000억원의
시설자금만을,그것도 처음에는 일반자금금리로 빌려주는 것으로 큰 일을
한양 생색을 내면서 일단락지었었다. 실효성과 성과를 상관하지 않는 전시
행정의 단면이기도 하다.

지난 일은 그랬다치고 중요한 것은 장차 어떻게할 것이냐다. 기획원당국은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고 상공자 원부는 지원대상을 신발고급화 고유
브랜드개발등으로 조정할 생각이라고 들린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먼저 신발산업을 살릴 것인지 그냥
방치해서 제풀에 고사하길 기다릴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한다. 선택은
물어보나 마나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살려야하고, 길도 있다고 믿는다.

신발산업이 위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수출이 90년의 43억달러를 피크로
91년 10.9%, 92년 17.2%, 93년 27.7%가 감소되어 23억달러 수준으로 오그라
들었고 금년에는 무려 34.8%가 줄어 15억달러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값싼 중국산수입으로 내수시장마저 흔들릴 판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포기하고 만다면 장차 우리가 지킬 산업은 몇 안될
것이다. 인건비가 높다느니, 고유 브랜드비율이 6%밖에 안된다느니, 시설
노후문제 같은 것은 뜻만 있으면 얼마든지 극복가능하다. 요는 의지가
문제다.

정부는 서둘러 신발산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회생대책을 짜내야
한다. 2,000억원의 합리화자금중 금년몫 600억원뿐 아니라 못다쓴 금액전부
의 효과적인 사용방안을 포함해서 그밖에 자금 인력 시설 기술 시장과
관련된 새로운 회생방안을 현장의 소리를 들어 강구해야 한다. 업계자신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각계가 힘을 모아 용기를 북돋워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