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운 실 <한국교육개발원 평생교육연구부장> **

UR 쌀시장 개방의 소용돌이가 우리를 휩쓸고 있는 지금 교육부문에까지
개방의 파고가 무섭게 일고 있다. 95년부터 학원가를 비롯하여 사립대학에
이르기까지 교육시장의 개방포문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된다.

쌀시장의 개방이 우리의 곡간 열쇠를 송두리째 외국인의 큰 손에 넘겨줘
버리는 것이라면 교육시장의 개방은 우리의 정신적 곡간 열쇠를 외국인의
손에 덥석 넘겨줘 버리는 일과 다를바 없다.

쌀시장의 개방에 대해 우리 국민 모두는 그 정서를 한데모아 끝까지 막아
보고자 애썼었다. 그러나 정신적 곡간이 열리는 교육시장의 개방에
대해서는 찬반이 분분하다.

찬성도 반대도 나름대로 모두 일리가 있다. 대학입시 열병을 덜어보려면
외국대학들의 국내진출을 오히려 쌍수들어 환영해야 한다는 입장,굳이 먼
나라로 보내 비싼 생활비 투자하며 유학시키느니 내나라 내땅 내 부모밑
에서 편히 외국교육의 혜택을 받게 하는 것이 일석이조라는 찬성의 소리
또한 높다. 타당한 입장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와함께 우리는 교육
시장의 개방이 우리에게 어떠한 득과 실을 동시에 던져주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교육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또는 황금의 어시장
이라 불린다고 한다. 이는 우리의 교육시장이 엄청나게 방대할뿐 아니라
우리 국민이 유독 뜨거운 교육열을 지니고 있어 일단 한국의 교육시장에
진출만 하면 큰 경제적 수익을 보장받을수 있다는 외국인들의 영악한 손익
계산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이 이미 1백20개를 훨씬 넘어서고 있으며 학원만해도
5만3천여개가 방대한 사교육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대학에 가는 비율이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교육시장의 개방으로 한국 교육의 70%이상을 점하고 있는 사교육
부문이 외국교육기관들에 의해 절반이상 잠식될 것이며 상당수의 사교육
기관들이 문을 닫게될 것이고 그로인해 정신적 문화적 잠식은 물론 10조원
을 넘는 우리의 사교육비중 4조원에 가까운 교육비가 외국으로 유출될 것
이라는 경제적 손실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높다.

우리에게는 본격적인 개방의 시점까지 시간이 너무도 짧다. 짧은 시간을
지혜롭게 활용하여 최대한의 교육적 준비를 하는 "위기속의 자구책 모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부에서도 교육법을 개정하고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초비상의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개방의 주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사립대학과 학원가에서도 대응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고 제도를 바꾸며 교육기관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애를 쓴다해도 국민들의 교육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그리고
우리모두의 문제타결을 위한 지혜와 도움이 결집되지 않는한 이 대책들은
별다른 묘수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계는 밖으로는 국제경쟁력의 강화를 위해 초미의 긴장을 늦추지 말고
교육의 질적 수월성 추구와 여건개선을 위해 엄청난 힘을 쏟아야 할 것이며
안으로는 실추된 교권과 교육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새로이 거듭나고
획기적인 변신을 해야만 한다.

우리 교육이 바로 서지 못할 경우 우리는 아마도 수년안에 이들 외국인의
손에 아이들을 맡기지 않으면 교육시킬수 없는 비참한 위치로 전락해 버릴
런지 모른다. 이러한 교육의 공동화현상은 결코 남의 일일수 없다.

지금 교육시장의 개방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필연적으로 우리의
목전에 다가와 있다. 우리가 어떻게 지혜로이 이를 극복하느냐에 따라
교육의 개방은 호기가 될수도 있고 위기가 될수도 있다.

우리의 선택과 무관하게 우리의 정신적 곳간을 열어야만 한다면 곡간을
열기는 열되 땀흘려 거둔 곡식을 바보스러울 만큼 생각없이 선뜻 남에게
내주는 그러한 우는 결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