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구 서울대 교수.경제학 >

우리사회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으레 막대한 돈이 풀려나와 이곳 저곳에서
먹고 마시며 흥청대는 모습을 보게된다. 이렇게 풀려나간 돈 때문에 국민
들은 선거가 끝나자 마자 물가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당선에만 눈이 어두운
정치인들은 이를 조금도 개의치 않고 돈을 풀어 대곤 했다. 자기가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정치를 하는 것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 목적으로 통화를 증발한것이 인플레이션의 심화를 가져오게 된 사례
가 한두개에 그치지 않는다.

선진국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정치가들이 선거를 의식하고 취한 행동이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어 관심을 끈다.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람들의 투표성향이 선거일 부근의 경제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거의 상식처럼 되어있다. 실업률이 높을
경우 집권당에 대한 지지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집권세력은 재집권을 위해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는 팽창정책을
즐겨 쓴다는 것이 관찰되었다.

물론 선거가 끝나면 경제가 너무 과열되는 것을 막기위해 긴축정책으로
기조를 바꾸게 될것이다. 이렇게 긴축정책을 쓰는 과정에서 실업률이 다시
예전의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 선거전에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추겼기
때문에 선거후의 수습과정이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경제를 그대로 놓아
두었더라면 자체조정능력을 발휘하여 실업의 문제를 스스로 해소해 나갔을
것이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추겨 그와 같은 조정의 기회를 놓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투표자들이 그와같은 귀결을 정확하게 예상하고 있다면 선거 직전에
팽창정책을 쓰는 집권세력의 수법은 잘 먹혀들어가지 않을 것이 뻔하다.
투표자들을 한번 속일수 있을 지는 몰라도 다음선거에서도 거듭 속일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현실의 투표자들이 모든것을 꿰뚫어 볼만큼 합리적
이지 못하다는데 있다. 집권세력이 선거때마다 이 수법을 즐겨 쓰는것은
그것이 분명한 효과를 거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투표자들이 실업률을
낮춰 주는 집권당에 기꺼이 표를 던져 주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할수있다.

이와같은 이유로 해서 경기의 흐름은 몇년마다 실시되는 선거의 주기와
비슷한 주기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선거를 의식한 정치가의
행동에 의해 발생하는 경기변동을 "정치적 경기변동"(Political Business
Cycle)이라고 부른다. 정부가 경제안덩을 이유로 간섭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정치적 경기변동의 현상을 그 반대의 근거중 하나로 들고있다.
정부를 움직이는 정치인들은 공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더 앞세울
가능성이 다분히 있고,그 결과 경제는 점차 더 치유불능의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만 행동하도록 그 행동반경을 한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