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영 수 <동남개발연구원장> **

부산 경제는 80년대 후반이후 실물과 금융부문에서 전국비중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으며 그 구조적 취약성으로 인해 지역발전에 상당한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부산경제는 UR GR TR등 국제경제질서의 재편을 앞두고
산업구조 조정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부산 산업의 문제점으로는 첫째 특정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부산 최대의 주종산업인 신발산업이 부산의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90년 기준 업체수 16.7% 종업원수 40.7%
생산액 23.6% 수출액 47.5%(43억달러)로 제1위 산업이다. 신발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 이산업의 성쇠가 바로 지역경제의 성쇠와 직결된다.

둘째 신발업체를 비롯한 주종산업들이 사상및 신평장림공단 이외에도 주로
주거 및 상업지역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86년 이래 상당수의 업체가 시
외곽지역인 양산 김해등 경남지역으로 역외이전을 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제조업체들의 역외유출및 도산이 계속될 경우 뚜렷한 대체산업이 육성되지
않은 실정에서 지역경제와 주민소득에 심각한 영향을 줄수 있다.

셋째 부산의 주종산업은 전반적으로 저부가가치 영세산업이다. 92년 현재
제조업 1인당 부가가치 기준액으로 볼때 부산은 전국 평균의 58.4%수준에
불과하다.

부산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신발산업이 급속도로 사양화된
원인을 보면 첫째 80년대 중반이후 제조기술의 평준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동남아 후발개도국들이 저임금 품질향상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과
중저가품 제조기술의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한 반면 한국은 급격한 임금상승
으로 가격졍쟁력을 상실하였다.

둘째 한국은 신발생산의 95%가 주로 OEM생산방식이며 빅바이어(나이키
리복 LA기어)들의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급격한 임금상승은
이들 빅바이어들의 생산기지를 동남아제국으로 옮기게 하는 계기를 제공
하였다.

셋째 한국의 신발산업은 세계적인 판매 유통망을 자체적으로 거의 확보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빅바이어들의 국제적인 하청생산구조 변화등에 대응
할 만한 수단이 없었다.

넷째 90년대초 신발산업을 합리화업종으로 지정하였으나 실질적인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의 구축미흡, 적극적 해외진출의 제약,합리화자금의 비합리적
대출규제등 신발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제도정비가 추진
되지 못하였다.

세계 유명브랜드회사는 상대적으로 노동임금이 낮고 단기간내에 숙련도를
높일수 있는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 순으로 그 생산기지를 이전하게 된다.

과거의 국제분업화는 현지공장 또는 현지 법인을 가진 바이어들의 주문에
의한 위탁생산체제였으나 최근의 신국제분업화경향은 바이어가 생산시설은
전혀갖지 않고 유통 디자인 기술 및 특허만을 보유하고 OEM방식으로 생산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특히 3대 빅바이어의 경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신발물량의 확보와 신발생산가격 인하를 목적으로 주기적인 생산기지 이전
전략을 취한다.

그리고 87~90년동안 중국의 3천여개 생산라인을 비롯하여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등 동남아국가의 생산시설확충으로 세계의 실질적인 신발생산및
공급능력이 3배이상 증가하였다. 따라서 그동안 대량생산국으로서의
이점을 누려왔던 한국과 대만의 공급안정화 이점이 사라지면서 바이어의
이탈이 가속화되었고 상대적인 사양화의 위협을 크게 받게 되었다.

또한 한국신발의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자체상표 수출비중은 5%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며 몇몇 업체들이 자체브랜드로 미국시장 진출을 시도
하였으나 대부분 실패하였다.

부산 신발산업의 구조조정 문제에 있어서 이탈리아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
가 크다. 세계 제1위의 신발수출국인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남녀 고급
정장화에 특화하여 다품종 소량생산체제 고생산성 디자인등을 바탕으로
타국가에 비해 전세계적으로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도 70년대와 80년대 두차례의 구조조정기를 극복하고 신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신발생산은 과거의 획일적이고 비개성적인 제품으로부터 이제는 소비자의
계층별 연령별 성별 다양화와 소비의 개성화 고급화 전문화 다각화가 시도
되고 있고 다품종소량생산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임금을 비롯한
생산비용이 증가하더라도 패션화 및 유연생산시스템(Flexible Manufactur-
ing System)등을 통한 고부가가치화가 이루어지면 경쟁력은 유효하다.

따라서 한국은 그동안의 물량위주 전략보다는 전문화되고 고품질화된
기능화 패션화 고급화의 생산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고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 디자인 전문판매회사 유통망의 부재등을 시급히 해결할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신발산업의 장래에 대한 여러가지 대안을 하나의 주제로 개념화하면
"정보화"로 요약된다. 생산과 판매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며 유연
생산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수요 소비자기호 시장등에 관한 제정보와
예측가능한 주문정보가 필요하다.

자동화도 정보화의 일부이며 연구개발도 보다 많은 정보를 실용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부품과 소재 개발의 시작과 실용화도 정보화에
의해서 활성화된다. 생산계획 재고계획 등 모든 계획 자체가 정보화를
필요로 한다. 특히 디자인을 비롯한 정보화의 진전정도가 국제경쟁력
강화의 전략 변수인 것이다. 그리고 판매와 소비자의 수요 및 기호변화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패션을 창출하는 브랜드 이미지(Brand Image)구축등의
정보화개념에 의해 지식집약적 산업의 형태로 전환시키는 것이 구조조정의
기본목표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