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관은 아이즈번이 운영하는 교육기관이었다. 그 번교의 학생인
이도데이지로는 공고된 수많은 사람들의 명단 가운데서 자기 성명을
찾느라고 눈을 반질거렸다. 그러나 끝까지 훑어도 자기 이름은 눈에
띄지가 않았다.
"야! 저기 내 이름 있다" "나도 들었다. 저기 있잖아. 내 이름" "나도
있다! 야,신난다!" 명단 속에서 자기 성명을 발견한 학생들은 좋아서
떠들어대고 있었다.
"왜 내 이름은 없지?내가 잘못 봤나." 데이지로는 볼멘 소리로 중얼거리며
처음부터 다시 자세히 훑어나갔다. 역시 없었다.
집으로 돌아간 데이지로는 어머니와 얼굴이 마주쳤으나 아무런 말 한마디
없이 퉁퉁 부은 표정을 하고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여느 날과 너무
다른 아들의 태도에 어머니는 일신관에서 무슨 기분나쁜 일이 있었나보다
싶었으나,대수롭게 여기질 않고 저녁 준비를 계속했다.
그런데 저녁 준비가 다 되어갈 때까지 데이지로가 방에서 나오는 기척이
없질 않은가.어머니는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싶어서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아들의 방으로 가보았다.
"데이지로,뭘 하고 있는 거야?저녁밥이 다 됐는데,나와서 손도 좀 씻고
해야잖아"하면서 방문을 열었다.
"아니 저런!" 너무나 뜻밖의 관경에 어머니는 깜짝 놀라 입이 딱 벌어졌다.
에이지로는 방 한가운데에 반듯하게 꿇어앉아서 윗옷의 앞자락을 활짝
헤치고 내의를 걷어올려 배를 온통 드러내놓고서 오른손에 시퍼런 단도를
불끈 거머쥐고 있는게 아닌가.
"이게 무슨 짓이야!응?" 그녀는 후닥닥 아들에게로 다가가서 단도를 쥔
손을 붙들었다.
"놔요! 난 죽을거예요" "죽다니,난데없이 무슨 일이지?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래?응?" "죽어버리고 싶다구" "말을 해봐.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제야 데이지로는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백호대에 난 못들어갔지
뭐야"마치 어린애가 투정을 하듯 내뱉었다.
데이지로는 열다섯살이었다.
"백호대에 못들어갔다고 셋푸쿠를 하려는 거야? 나 참 기가 막혀서."
어머니는 어이가 없는듯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