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작은 정부가 바람직하다. 그래서 지금 정부는 작은
정부로 가기 위해 진통을 겪고 있다. 작고 강력한 정부, 이것이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과제이다.

금주 뉴스위크지는 "일본을 누가 움직이고 있는가. 호소카와인가 관료집단
인가"라는 특집을 내어 개혁을 추진하는 호소카와총리에 지향하는 일본의
관료집단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을 놓고 우리나라사정도 일본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지난달 경제기획원이 1급 한자리를 비롯하여 국.과장급 몇자리를 없앴다.
이렇게 정부의 조직개편이 시작되었다. 지금 각 부처들은 이른바 기구 축소
작업을 검토중이라 한다. 상공자원부 건설부 재무부의 시안들이 신문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아직 전체적인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어딘가
미흡하고 성이 차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정부조직은 과거 경제성장 우선시대의 틀이기 때문에 오늘의
시점에서 볼때 비효율적이라는 점은 그동안 누차 제기되어 왔었다. 또 정치
체계가 안정되지 못하여 정책결정의 구조가 명쾌하지 못하였다. 가령
대통령중심제 아래에서의 총리실의 조정역할, 경제는 국가가 관리한다는
차원에서의 경제기획원의 파워등은 항상 쟁점이 되어 왔다. 이때문에 각
부처는 소신있게 정책을 주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고 업무분장의 혼선도
많았다.

그래서 새정부가 들어서면 으레 나오는 말이 조직개편이었다. 공조직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낭비적이 되고 군살이 찌게 마련이다. 따라서 가끔씩 조직
개편이니 통폐합이니 하는 식의 정비작업이 반복되어 왔던 것이다. 5공초기
에도 대국 대과주의라는 틀아래 대대적인 수술이 있었지만 지금의 조직은
그때보다 훨씬 더 방만해졌다.

새정부 출범시에 우선 2개 부처를 줄였다.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조치였다.
곧이어 대대적인 개편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관료집단의
부처이기주의에 부딪쳐 손을 대지못하고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지금
추진중인 조직개편은 해당 장관이 칼자루를 쥐고 있으니 국소적인 감량조정
의 의미밖에 더 되겠는가.

지금이 바로 관의 역할을 재정립하여 특정 부서에 집중된 중앙정부의
권한을 각 부처 책임아래 분산시켜서 경쟁력있는 체계로 바꾸고 아울러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을 지방정부로 분산시키는 식의 전환이 필요한때
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관의 간섭이 없으면 큰일 날듯 생각되어 오던 관행에서도 벗어
나야 한다. 가령 경제기획원의 물가국이 없어지면 물가가 당장 치솟고
건설부의 건설경제국이 없어지면 건설업체들의 경쟁력이 금방 없어질
것처럼 인식되어 왔었다. 이렇게 쓸데없는 규제와 간섭이 새로운 일을
낳고 자리를 낳아 왔었다. 규제와 간섭의 정도와 자리수는 비례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바에 의하면 각부처는 저마다 눈치를 보며, 다시말해 이미
확정된 경제기획원의 경우를 잣대로 하여 눈치껏 제살을 도려내고 있는것
같다. 그렇게 본부의 국이나 과를 줄이고 명칭을 바꾸고 정원을 줄이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의 중앙부서 인력이 많은가 하면
그렇지 않다. 실상은 많은 중앙공무원들이 격무에 허덕이고 있다. 국을
줄이고 과를 없앤들 업무자체가 달라지지 않는이상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 기회에 공조직의 시스템을 다시 짜는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본부 조직보다도 좀더 과감히 방계조직을 정비하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한다. 정부의 중앙부처 주변에는 2차적인 조직이 상당히 많다. 지금 본부
조직 밑에 청.원.위원회등의 이름이 붙은 방계조직이 있고 지방청 사업소
등이 있다. 이들의 업무는 연구 검사 교육 감독 심의 인허가등 다양하다.
이들기능의 정비가 필요하다. 교육기능은 연구기능과 한데 묶음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거나 민간기관에 위탁하면 된다. 검사나 실험등은 산하기관
에 위임하여도 된다. 프로에게 맡길것은 프로에게 맡기자. 교육부의 이사관
들이 왜 국립대학으로 나가는가. 중앙정부가 직접 관장하는 교육원이 몇개
나 되는가. 보사부산하에는 "국립"자가 붙은것이 너무나 많다.

미안한 말일지 몰라도 없어도 될 자리가 너무나 많다. 이같은 현실이
중앙정부의 일을 진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마 경영마인드란 관점
에서 본다면 사정은 훨씬 냉정해질 것이다. 중앙부서의 자리 몇개 없애는데
머물지 말고 좀더 과감하게 정부의 역할에 관한 명확한 가름이 있어야 한다.
규제하는 정부가 아니라 서비스하는 정부로 탈바꿈해야 한다.

또 중앙정부가 거느리고 있는 지방청, 또는 지방사업소의 기능중에는 지방
자치제의 확대에 따라 지방으로 넘겨주어야 할 기능도 많다. 예를 들어
공항이나 항만청의 상당기능은 해당 시에 위임하면 된다. 국도의 관리도
위임할수 있다.

작은 정부로 가는 길은 고통스럽다. 일부계층은 기득권의 포기일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고통은 앞날을 위한 진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