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내내 김영삼정부가 강력
하게 추진해왔다는 과업중의 하나가 각종 행정규제완화를 골자로하는
행정개혁이었다. 이를 위해서 행정개혁위원회인가 뭔가하는 거창한
상설기구까지 설치하여 운영해왔다. 그래서 그동안 행정이 많이 간소화
되었고 규제완화도 많이 이루어졌다고 정부는 말한다. 그러나 정작 일반
시민들이나 기업들은 규제완화나 행정간소화를 별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공식물가 따로 체감물가 따로 이듯이 여기에도 공식규제완화와
체감규제완화가 따로 있는 것일까.

그동안 추진되어온 행정간소화나 규제완화마저도 대부분 건설분야나
민원분야에 관한 것이고 환경오염분야에 관한 것은 별로 없었다. 어떤
점에서 보면 환경오염분야에 있어서는 규제가 더 많아졌다고 말할수도
있다.

김영삼정부가 들어선 이후 환경영향평가법이 제정되었고 각종 법령이 추가
되어 이제 환경문제와 직결된 법률만도 자그마치 17개에 달한다. 물론 얼마
전 낙동강식수오염사건을 비롯한 각종 환경오염사건이 터지면서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더욱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국민의 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규제가 강화된다는 것과 규제의 가지수가 많아지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오히려 규제의 가지수가 적어지고 간소화되는 것이
규제를 강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환경문제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법으로 강력하게 규제해야할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마치 환경문제가 환경오염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점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환경문제가
터질때다 정부는 이를 규제로 다스리려 하고 또한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하기를 재촉하는 면도 있다. 마치 법을 만들어 규제만 하면 환경문제는
해결되기나 하는듯한 일종의 착각이 만연해있다. 환경오염에 대한
법적규제를 늘리는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법적규제는 복잡한 경제의
미로를 통한 파급과정을 거친 후에라야 그 효과를 드러내는 법이라서
당초에 의도한 효과와는 전혀 다른 효과가 나타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앞으로 정부가 행정규제를 완화함에 있어서 무언가 발상의 전환이 좀
있어야 하겠다. 일반적으로 환경오염문제에 대하여 정부가 대처할수 있는
정책수단들에는 여러가지가 있을수 있는데 크게 보면 이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세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수 있다. 그 첫번째 유형은 직접개입으로,
정부가 나서서 환경오염방지 사업이나 환경개선사업을 직접 수행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물론
돈이 많이 드는 방법이다. 미국같이 부자나라에서는 이 방법을 많이 쓰지만
가난하고 환경의식도 그리 높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방법이 폭넓게 이용
될수가 없었다.

두번째 유형은 직접규제인데 이 정책수단은 환경오염원인자의 오염물질
배출량과 배출양태에 대하여 기준및 규정을 만들어서 이의 준수를 강제하고
이를 어기는 환경오염원인자에게는 법적 행정적 제재를 가하는 방법이다.
직접 규제를 시행하기 위해서 많은 나라들이 환경오염 행위를 규제하는
환경관련 법을 만들어 놓고 있는데 정부는 이 법에 의거하여 바람직한
환경의 질을 환경기준으로 구체화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각 환경오염
원인자가 배출할수 있는 오염물질의 한도를 정한다. 뿐만 아니라 오염물질
을 처리하는 기술적 방법과 환경오염방지시설을 운영하는 방법까지 구체적
으로 지정하기로 한다. 우리나라가 바로 이러한 직접규제에 주로 의존하는
나라이다.

언뜻보면 이 직접규제가 별로 돈이 안드는 방법인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의 공해업체 수만 해도 수만개내지 수십만개에
달하는데 이렇게 많은 오염물질배출 기업들을 상대로 정부가 나서서 일일이
배출허용량을 지정하며 오염방지시설및 처리시설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지도
단속한다는 것은 방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필요로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직접규제의 획일성과 경직성으로 인한 비효율이다. 비효율은 곧 예산의
낭비를 의미한다. 그러면 직접규제의 비효율로 인한 예산의 낭비가 어느
정도 될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우리나라에 아직 없는데 국민
각자가 자신이 낸 세금의 씀씀이에 대해서 의식이 비교적 높은 미국에는
상당히 많은 연구가 있었다. 이에 의하면 통상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직접규제에 소요되는 비용이 효율적으로 규제했다고 가정했을때에 소요되는
비용의 4배내지 6배에 이르는 경우는 보통이고 심지어 20배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보면 통상 시행되고 있는 정부의 직접규제가
얼마나 비효율적이며 예산을 낭비하는가를 미루어 짐작할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환경오염행위를 매사 그렇게 시시콜콜 직접 간섭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유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생산자나 소비자의 행태에
영향을 주어 환경오염을 통제하는 것이 보다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런 주장의 취지를 살리는 방법이 세번째 유형인 간접
개입이다. 간접개입은 환경오염 원인자들로 하여금 오염물질의 배출,
다시 말해서 환경의 이용에 대해서 응분의 가격을 치르게하는 방법들이기
때문에 시장기구를 통한 방법이라고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 방법을
부분적으로 채택은 하고 있지만 대부분 환경오염을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관장할 환경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은 직접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대신 간접개입
방법을 크게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환경오염을 효율적으로 방지하면서 기업의 부담도 덜어주게돼 결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