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옛날,인간이 동굴속에서 생활했던 원시시대에도 종교는 있었다.
특별히 제의를 주관하고 미래를 예언하며 병을 치료하기도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종료학에서는 이들을 "주술사"라고 부른다.

영국의 계관시인 세실 데이루이스(1904~1972)는 "시의 이미지"란 저서에서
시인다운 상상력을 발휘해 아주 재미있게 주술사의 출현을 설명하고 있다.

사냥을 나갔다가 불구가된 사람이 하루종일 동굴을 지키고 있다보면 사냥
에 대한 상상력을 한없이 발휘하게 되고 실제로 사냥을 하는 사람보다 더
훌륭한 사냥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는 그 사냥법을 다른사람에게 알려주고
그 다음날 사람들이 그 사냥법을 써보면 틀림없이 전보다 많은 짐승을 잡아
가지고 돌아왔다. 다른 사람들은 그의 신통력을 믿게 되고 모든 것을 그에게
물어가며 살아가기때문에 그의 지위는 확고하게 굳어진다는 것이 데이루이스
가 설명하고 있는 내용의 개략이다. 좀 엉뚱한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인류최초의 성직자는 아마 그렇게해서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제정일치의 시대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종교를
성역화시켜 공적인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관습을 아주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다. 그결과 일부 종교와 성직자의 비리만을 키워오고 말았다.

그러나 국민이면 성직자도 빠짐없이 내야하는 근로소득세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은 받지 않고 있다. 더 재미있는것은 전체국민의
60%가 넘는 종교인들이 자신들이 속한 종교의 성직자는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성직자중에는 신도들의 기복신앙을 부추겨 많은 헌금을 받은뒤 그것을
사회에 환원하기는 커녕 자기교단의 집단이익을 강화하는데 투자해 버리는
사람도 있는 것을 종종 보고 있다. 그리고 나서는 그것이 신의 은총을 입은
자신의 능력인 것처럼 내세우기도 한다.

시대는 변한다. 교리도 바뀌는 판이다. 오늘날의 성직자는 과거의 주술사가
아니다.이제는 성직자라고 해서 성역에 앉아 세속을 밝히며 개탄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사회속에 뛰어들어 속인들과 세금도 내고 법도 지켜가며
똑같이 살아가며 산업사회의 매연속에서 시들어가는 그들에게 참된 가치관을
심어줄 때가 온것이 아닐까.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성직자도 소득세를 내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개신교나 불교등 다른 종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