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열은 세계제일이라고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경제성장은 높은 교육열의 결과 양성된 인재들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지적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앞으로의 성장을 이끌어 갈 인재를 키우는
교육을 하고 있는가. 이물음에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역대정권 또 역대교육당국은 교육제도개선을 언급하지 않은적이 없다.
잘못된 제도는 고쳐야 하고 교육의 내용도 바뀌어야 하는건 당연하다.
그러나 교육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없이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개혁이란 이름으로 교육제도를 손질해 온것이
해방후 반세기나 되었다.

김숙희교육부장관은 취임한 이후 갖가지 교육개선방안을 내놓고 있다.
자율화 다양화의 폭을 넓혀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의 국제경쟁력을 강화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총론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최근 연세대가 95학년도부터 "특별전형제"를 실시하겠다고 하자
교육부는 대학입시의 특별전형제가 교육법시행령 규정에 어긋난다고 하면서
반대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육부는 총혼류에서는
자율화 다양화를 내세우면서도 구체적인 문제에 당면하면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규제의 폭을 좁히려 하지 않는다.

연세대의 대입개혁은 대학의 자율성을 살려준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만일 교육법시행령 규정에 어긋나면 규정의 개정을
검토하는 것이 교육개혁을 부르짖는 교육부가 해야할 일이다. 교육부는
말로만 대학의 일을 대학에 맡기겠다고 하는데 과연 그 뜻이 무엇인지를
밝혔으면 한다.

잘못된 교육을 입시제도변경만으로 고칠수는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교육부가 대학입시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는 점이다. 각대학은
교육의 질적개선을 통해 세계의 대학과 경쟁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획일화된 입시제도와 부실한 교육내용으로는 인재를 키워낼수
없다.

교육은 분명 백년대계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일관성있게
정책을 펴가야 한다. 단기간에 가시적 결과를 기대해서도 안된다. 콩심은데
콩나고 잘가꿀수록 콩알은 굵어지듯 교육도 투자한 만큼, 손길이 많이 닿은
만큼 알맹이를 키울수 있다.

한국의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을 위해서만 존재하고 있다. 특수목적으로
설립된 외국어고등학교가 대입전문 특수학교로 둔갑하고 있다. 명문대에
많이 합격시켰다 해서 그 학교 선생님들이 매스컴의 각광을 받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의 학부모 거의 모두는 교육제도에 관해 나름대로 일가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일가견이라는 것이 자녀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킬수 있느냐
와 관련되어 있다. 자녀가 대학에 입학만 하면 "이젠 끝났다"는 식으로
교육문제에 관심이 없어진다. 고등학교는 대입준비기관으로, 대학은 저질
교육을 하면서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우리의 우수한 인력이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지만
이는 70년대 중반까지에 해당된다.

한국경제가 한단계 더 뛰어오르려면 더욱 유능한 인력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모든 각급학교의 시설낙후는 말할것도 없고 인재를 양성할 인재가
턱없이 모자란다.

상품의 국제경쟁력은 따지고 보면 그 상품제조와 관련된 인력의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상품의 경쟁력은 인력의 경쟁력과 같은 것이다. 상품뿐만
아니라 예술이나 과학 정치 체육 어느부문 할것없이 그 부문을 이끌어 갈수
있는 유능한 인력, 인재들이 재역할을 다할수 있을때 발전한다. 그게 바로
국가경쟁력이다.

수능시험을 두번에서 한번 치르게 한다거나, 대학3학기제를 도입한다거나
하는 것은 교육제도의 본질적 개혁은 아니다. 대학을 나온 사람이나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이나 그 능력에 걸맞는 일을 하도록 하고 그 일을 통해
자신의 발전은 물론 사회와 국가를 위해 봉사할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대학에 들어가는 사람보다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도 대학
입시에서 떨어지는 젊은이들이 어디로 가야할는지 아무런 대책이 없다.
그들의 갈길을 막아놓고 무슨 교육을 이야기하고 국가경쟁력을 키운단
말인가.

국가의 발전은 특정부문의 엘리트에 의해 이루어지는게 아니다. 물론
엘리트의 역할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모든 부문에서
갖가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능력을 발휘할때 경제와 사회의 안정과
발전은 보장되고 국가경쟁력은 강화되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지만 입시준비교육을 없애고 교육투자를 확대할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 입시교육만 바로 잡을수 있다면 과외비등
엄청난 사교육비를 공교육비로 끌어올리는 정책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교육개혁엔 입시제도의 개선이 빠질수 없겠지만 입시제도를 이랬다 저랬다
바꾸는 것이 교육개혁의 본질은 아니다. 그것은 입시생과 학부모에게 고통
과 혼란만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