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럭키금성그룹 회장은 25일 산업연구원(KIET)이 경기도 이천소재
인화원에서 개최한 94년 직원 연찬회에 초청연사로 참석, 연구원을 대상
으로 특별 강연을 하였다. 구회장의 특별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편집자>

개방이 된다는 것은 선진국의 초일류기업들과 모든면에서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면
세계 어디에 나가더라도 성공할수 있지만 반대로 국내에서 조차 최고가
되지 못하면 해외에 나가서 결코 성공할수 없다.

결국 개방화 세계화로 인해 우리는 국내에 있더라도 세계의 경쟁상대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경쟁에서 이길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개방이 되면 어떤 사업에서든 시장에 새로 참여하는 경쟁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기업의 수익성은 급속도로 악화된다. 종전에는 가장 수익이 많고
매력적이던 사업도 개방이후에는 별 매력없는 사업이 될수 있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결과로 승자와 패자가 확실하게 갈라지며 우량기업과 열등기업
간의 수익 격차는 엄청난 폭으로 벌어지게 된다.

기업들은 결국 종전처럼 광범위한 사업을 무작정 벌여나갈수만은 없고
오히려 사업의 범위를 좁혀서 깊이있게 할수밖에 없게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간 흡수.합병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한마디로 오직
강한자와 실력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원리"가 통하는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제 기업은 말할것도 없고 공무원이나 시골농부 동네가게, 심지어는
공사장의 인부까지도 국제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을수 없는 완전경쟁의
시대에 돌입하게 되었다.

세계의 석학들은 21세기에 들어서면 천연자원이나 자본이 얼마나 많으냐
하는 것보다는 신제품개발기술과 그 기술을 활용할수 있는 노동자의 질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될것이라고 한결같이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가 추구하는 변화는 과거와는 다른 질적인
변화라야만 한다.

럭키금성그룹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5~6년전
부터 근본적인 변신의 노력을 지속해 왔다.이미 지난 88년에 그룹의 새로운
비전과 경영혁신 전략인 "21세기를 향한 경영구상"을 완성한 다음 이를
일관되게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이다.

철저한 질위주의 경영을 통해서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21세기를 맞이하자는
것이 경영혁신 전략의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로
업종을 전문화해서 한 우물을 깊게 파고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자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 그룹의 조직구조를 사업의 특성에 맞게
재편성하고 조직의 운영은 각 단위의 장이 모든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는
자율경영체제로 바꾸어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자율경영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능력있는 경영자와 전문가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였고
경영서비스센터를 회장 직속조직으로 운영하도록 하였다.

또한 지난 90년2월에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이념을 정립해서 대내외에 선포한 것도 경영혁신의 성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지난 6년간 질위주의 경영과 자율경영을 확고하게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그런데 혁신이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그 결실을 얻어
내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경영혁신을 다짐한 그 이듬해와 다음해의 경영성과가 큰 폭
으로 떨어진 것이 문제였다. 3년째 되던 해인 91년도에는 그룹 전체적으로
경영수익이 겨우 적자를 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마침내 경영혁신에 대한 회의가 일기 시작하였고 심지어는 회장단으로
부터도 경영혁신자체에 대한 강한 의문과 질책이 쏟아져나왔다.

이런 갖가지의 시련을 겪으면서 "혁신을 한다는 것이 이토록 힘겹고
고통스러운 것인가"하는 고민으로 숱하게 밤잠을 설치기도 하였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곤 하였다. 그러나 그때마다 내려지는 결론은 혁신을 더욱
강도높게 더욱 빠르게 하는 길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경영혁신의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일이 급선무라고 판단
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경영혁신 4년째인 91년부터 그룹 전반적으로
경영혁신 추진현황을 다시 평가하고 재점검하였다. 그랬더니 스태프부서의
권위주의와 자기편의 때문에 혁신의 참뜻이 현장에까지 연결되지 못하였고
전략을 성공시킬수 있는 방법을 현장에서 모르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장애요인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런 평가에 따라 그룹차원에서는 두가지의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 하나는
스태프부서가 라인부서에 대한 지원을 충실히 하는 소위 간접부문의 효율화
(OVA)작업이요, 또 하나는 혁신의 성과가 나타나는 회사들의 성공체험을
공유하도록 하는 일이다. "스킬 경진대회"라는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현장사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마침내 경영혁신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현장의 낭비와 불량을 스스로 찾아서 해결하는 지속적인 혁신
활동을 편 결과 금성사의 전자레인지 생산공장의 경우에는 생산라인의 길이
와 작업인원을 3분의 1수준으로 감축시킬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생산성은
세계 최고인 마쓰시타의 수준을 훨씬 능가하였다. 이 밖에도 성공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처럼 경영혁신이 현장에까지 확산되면서 92년에는 경영성과가 호전되기
시작하였고 작년에는 그룹의 수익이 큰 폭으로 올라가는 결실을 거두었다.
이제까지의 혁신에 대한 불안과 의문이 말끔히 해소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작년 11월초 그룹 각사의 연구소를 방문하여 연구개발 현황을 확인했을
때에도 경영혁신의 결과는 그대로 입증되고 있었다. 대다수의 연구결과가
국내최고인 것은 물론 세계 최초 또는 세계 최고의 수준에 달하는 것도
절반이 넘었다.

우리는 과거에 한정된 자원을 여러 분야에 백화점식으로 투자해서 연구
개발을 해왔고,그러다 보니 어느 한 분야도 세계 최고라고 내놓을 만한
것이 없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또한 회사의 비전이나 사업의 방향과
연결시키지 않은채 첨단기술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술자체에 대한 욕심이
앞서서 시도한 결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결국에는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연구소가 회사의 비전 달성과 거리가 먼 것은 과감
하게 포기하거나 이관시키고 회사의 전략과 사업의 방향에 적합한 연구
개발 과제를 명확히 선정해서 깊이있게 연구를 하고있다. 그리고 한 우물
을 깊게 판 노력의 결과가 지금의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CD-I,제4세대 항생제 개발,금성정보통신
의 전자교환기,인간성장호르몬,본격 대화형 AV시스템등은 세계 최고를 목표
로 집요하게 도전하여 얻어낸 승리의 산물이다. 이에 그치지않고 에이즈
(후천성 면역결핍증)치료제 개발과 금세기 마지막의 고분자 기술혁명이라고
불릴 정도의 강력한 촉매 효능을 발휘하는 "메탈로센 촉매"개발에도 도전
하고 있다.

무엇이 연구원들을 이토록 몰입하게 했는지를 찾아내서 그런 여건을 더욱
풍부하게 마련해 주는 것이 곧 내가 해야할 일이고, 그것이 바로 경영이
아닌가 생각한다. 긴 시간을 두고 성공을 만들어내는 많은 팀들을 보면서
내가 확인한 성공의 비결은 바로 자율경영이었고 우리의 경영이념인 인간
존중의 경영이었다. 경영자로서 나는 세계최고의 기술을 창조해 내는 길은
오직 자율과 인간존중의 경영에 달려 있고 그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연구개발성공의 조건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과제를 철저히 비전에 맞추어서 선정하고 자원을 집중시킨다.
둘재 최고 책임자부터 연구원까지 세계 최고를 목표로 집요하게 도전한다.
셋째 고객의 잠재 욕구까지 철두철미하게 파악한 뒤에 연구에 착수한다.
넷째 주변과 폭넓게 교류하고 자발적인 팀웍을 왕성하게 살려 나감으로써
이노베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다섯째 자발적인 참여와 목표
달성에 대한 열의가 왕성하게 일어날수 있도록 자율경영과 인간존중의
경영을 연구소의 문화로 정착시켜 나간다.

경영혁신의 대명제는 바로 고객이요,고객을 위한 가치창조가 바로 경영
혁신의 본질이라는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야만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 국가를 비롯해서 학교 연구소 언론등 누구에게나 고객의
만족을 항상 생각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이상과 같은 성공조건들을 충실히
갖추어 나간다면 반드시 혁신을 이룰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오직 그 길만이 우리가 21세기를 우리의 시대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