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사는 요즘 "잔치집"분위기다. 지난 연말인사에서 구자홍부사장이
대표이사부사장으로 선임된 것외에 무려24명의 임원들이 부사장등으로
대거 승진했기때문이다.

특히 이번인사에서 기술부문에서 "쌍두마차"로 꼽힐만큼 베테랑들로
평가받았던 유건희전무(53)와 유환덕전무(52)가 부사장으로 동반승진,
사내에서는 물론 다른계열사들로부터도 부러움을 사고있다. 한양대
기계과 1년 선후배관계인 이들은 개발된 기술을 상업화하는 기술경영
부문에서 비상한 능력을 발휘, "기술의 금성사"라는 위상을 높였다는
점이 인정돼 평균연령 55세인 부사장자리에 일찍 오르게됐다.

기술부문 전문가를 중용하는 풍토는 금성사만이 아니라 재계 전체적으로
점차 확산돼가고있다. 최근에는 국제부문 전문가들도 급부상하고있다.

특히 올해 주요그룹들의 인사에서는 이같은 추세가 두드러졌다.
관리부문의 퇴조와는 극히 대조적이다. 여느때보다 물러난 임원들이
많았던 반면 기술과 국제부문에서는 임원들이 근속연수나 나이등과는
관계없이 파격적이라할 만큼 대거승진됐다.

기술부문의 경우 주문형반도체분야에서 손꼽히는 실력자인 미국박사출신의
현대전자 황기수이사(43)는 지난연말 인사에서 1년만에 다시 상무로 승진
했다. 미국 스탠포드대 전자과출신으로 반도체개발분야에서는 몇손가락
안에 드는 전문가로 평가받는 삼성전자 진대제(43)전무도 상무승진후 1년반
만에 고속승진한 케이스다. 중장비분야에서 모델개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이성철이사(45)도 지난해 이사로 오른지 1년만에 다시 상무로 한단계
올랐다.

홍대 전기공학과출신으로 공장자동화분야의 베테랑인 금성산전 안재봉부장
(38)은 평균연령이 45세인 이사대우자리에 최연소로 올랐다. 동아대화학과
출신으로 첨단브라운관 개발사업을 주도해온 삼성전관 박호영부장(44)도
3년만에 이사대우를 달았다. 서울대 금속학과를 나와 미국미네소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동양나일론의 황종일부장(41)은 타이어소재인 스틸코드분야
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승진1년만에 각각 상무와 이사로 다시 나란히 한단계씩 오른 대우중공업의
최송학상무와 김웅범이사 역시 공장자동화분야의 전문가들로 꼽히는 인물들
이다.

기술부문 전문가들의 부상은 주요그룹 승진임원들의 전공별 구성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있다.

지난해말부터 올연초에 걸쳐 인사를 마무리한 15개 주요그룹의 승진임원
1천4백50명중 이공계출신은 55%에 달한다. 이공계중 특히 공대출신은
80%를 넘는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말 대표이사부사장에 오른 부사장
6명중 유현직제일모직대표(서울대화공) 이윤우전자대표(서울대전자)이형도
전기대표(서울대화공)김무삼중공업대표(해양대기관) 등 4명이 이공계 출신
이다. 이공계가 아니면 임원이 되기 어려운 시대가 된것이다.

국제화와 관련 국제사정에 밝은 인물들이 중용된것도 올해 인사의
큰 특징이다.

럭키금성그룹의 경우 부사장급이던 천진환럭키금성상사사장을 회장실에
신설된 해외사업추진위원회의 사장(사장급)으로 승진, 발령했다. "중국통"
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큼 해외사정에 밝은 천사장으로 하여금 그룹의 해외
투자관련사업을 통합관리하겠다는 포석이다.

쌍룡그룹도 국제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아래 국제통으로 알려진
자동차의 손명원사장을 (주)쌍룡사장에,(주)쌍룡사장이던 김덕환사장을
그룹기조실장에 각각 배치했다.

임원인사에서도 국제통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대거 부상했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현대자동차의 백효휘전무는 해외영업통으로 소문나있는
인물이며 성대경영학과출신으로 이사1년만에 상무에 오른 삼성물산 김승현
상무도 해외에 오랫동안 근무해 국제사정에 밝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주)대우의 송영태이사는 지난90년부터 LA지사에서만 근무해오다 이번
이사승진까지 3년여동안 두번이나 승진한 케이스.

이밖에 건국대 산업공학과출신으로 생산관리분야에서는 1인자로 평가받고
있는 삼성전자의 정용빈이사대우를 비롯 삼성물산의 손훈재이사대우(서울대
섬유)와 최명배이사대우(외대경영)역시 해외사정에 밝은 점이 높이 평가돼
부장3년만에 승진했다.

인사는 기업경영의 핵심이다. 기업의 주역인 임원자리에 기술부문과 국제
부문전문가들을 대거 포진시키고 있는 것은 기업경영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있다. 기술과 국제화없이는 더이상의 기업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재계에 확산되고있는 것이다.

<문희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