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동안에 창의대를 격멸할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를 하여 그
작전을 떠맡게 된 오무라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작전에 투입할수 있는 군사의 수효가 의외로 적었기 때문이었다.
고작 이천여명에 불과했다.

동정군의 대부분이 에도성의 무혈 접수가 이루어지자, 동맹 결성의
불온한 공기가 감돌고 있는 동북지방으로 이동해 갔던 것이다. 물론
에도에는 아직 많은 군사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사이고는 그가운데서
잘 훈련된 정예군사 이천여명만 오무라에게 떼주었던 것이다. 에도성의
경비와 에도 주변의 수비를 위해서 배치해 놓은 군사까지 모조리
오무라에게 넘겨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천여명의 군사를 가지고
삼천명이나 되는 창의대를 하룻동안에 해치우다니,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무기는 상대편보다 우수하지만 말이다.

오무라는 혼자서 머리를 짰다. 그처럼 아슬아슬한 고비까지 넘기며
큰소리를 쳤으니, 어떻게 해서든지 일일작전으로 깨끗이 격멸해 버리지
않으면 체면이 서지 않을게 아닌가.

전략가로 이름이 난 그는 먼저 에도시내에다가 관군의 창의대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공격 일자는 5월15일로 내정되었는데
첩자들로 하여금 그 날짜까지 슬쩍슬쩍 내비치게 했다.
그리고 오후 일정한 시각이면 포병들의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창의대의
본거지인 우에노에서 그다지 멀지않은 곳에서었다.

쿵- 쿵- 쿵-
매일 오후 일정한 시각에 울리는 대포소리는 에도의 백성들은 물론이고,
창의대의 대원들에게도 적지않은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오무라가 노린 점이 바로 그 두려움이었다. 공격 임박의 소문을 퍼뜨린
것도, 대포소리를 울리게 한 것도 다 창의대의 대원들이 두려움에 휩싸
이게 하기 위한 술책이었다. 두려움은 곧 전의(전의) 상실을 가져오고,
전의 상실은 부대이탈로 이어지게 마련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공격 예정일이 다가왔을 무렵에는 삼천명이던 대원들이
천명 남짓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공격 임박의 소문과 매일 오후면 울려
오는 대포소리 때문에 겁을 집어먹고 도망쳐버린 숫자가 세 명에 두 명
꼴이었던 것이다.

실상 창의대 대원중에는 시중의 불량배나 지방에서 흘러든 낭인 따위가
적지않아서 그런 맹목적으로 날뛰는 건달패는 막상 전투가 시작되려 하자
목숨이 아까워서 거의가 줄행랑을 쳐버린 것이었다. 도쿠가와 가문에
끝까지 충성을 다하는 사무라이들만 남은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