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반창회. 그것도 국민학교를 졸업한지 40년이 훨씬 넘은
우리들이 동창회도 아닌 반창회로 모이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마치
딴 세상 얘기처럼 기이하게 여긴다.

정확히는 부산 부민국민학교 제26회(1950년 졸업)졸업생중 6학년
1반에 속했던 친구까지 모인 것이 바로 우리들의 반창회 부민육일회다.
우리는 최소한 1년에 네번씩 정기모임을 갖는데 그 중에서 한번은
반드시 부부동반으로 모인다.
그럴때마다 교가를 힘차게 부르고, 국민학교 때의 온갖 얘기들로
밤을 지새우곤 한다. 매번 되풀이 되는 꼭 같은 화제인데도 왜 그렇게나
재미가 있는지..

우리 모임의 가장 큰 축복은 6학년때 담임선생님이셨던 심상필선생님을
모실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교직에서 은퇴하셔서 경기도 가평에서 농장을 경영하시는
선생님은 우리보다 더 정정하셔서 뵈올 때마다 제자들의 건강을 오히려
걱정해 주시곤 한다.

모두가 바쁜 삶을 사느라고 자주 찾아 뵙지는 못하지만 우리들이
가족과 함께 선생님의 농장을 방문하기도 하고, 또 선생님이 가끔
서울나들이를 하시거나 우리가 모임을 가질때 참석하셔서 제자들을
격려해 주신다.

부민국민학교에서 가장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이셨던 심선생님은,
엄격한 훈도와 사랑으로 지금까지도 우리가 가장 존경하고 따르는
스승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계신 것이다.

우리가 모두 총각이었던 시절부터 이어온 이 모임의 핵심멤버는
단정하고 분별있는 신사인 유진화공 대표 김창덕군, 아직도 군민학교
때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닌 보림물산 이사 이계창군, 불도저
같은 패기와 추진력의 사나이 한진무역 대표 박순효군, 그림쟁이의
낭만과 멋을 물씬 드러내는 한양여전 교수 송용섭군, 성실과 겸손의
대명사인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 이상화군, 말없이 자기 일에 충실한
KBS심의위원 정종진군, 부지런해서 매사에 앞장서는 우성양행 대표
황성일군과, 부산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신광우군이 일부러 우리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하기도 한다.

곧 회갑을 바라보든 우리는 합동 회갑잔치도 생각중이고,모교 방문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육일회의 소문은 함께 졸업한 다른 반 친구들에게도 자극을 주어
재경부민국민학교 제26회 동창회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는데, 이 모임은
일년에 한번이상 총회를 갖고,또 스승의 날에는 은사님과 함께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어 동창회 활동을 모교가 있는 부산에서 보다
서울에서 더 활발히 하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학교 동창회와 관계된 모임이 참 많아져서 각자의
직장에서 단연 화제에 오르고 있으니 이 또한 색다른 자랑꺼리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