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는 원초적으로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을 그리워하고 또 그곳
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남쪽에서 온 새는 언제나 고향에 가까운 가지에 앉는다는 뜻의
월조소남지라는 옛 싯귀나 여우가 죽을 때는 머리를 고향언덕을 향해
돌린다는 뜻의 수구초심이라는 고사성어,비둘기 개 개미 벌 연어등에서
보둣이 그들이 자라고 살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멀리 갔다가도 그곳으로
다시 되돌아 온다는 뜻의 귀소성이라는 말이 동물의 그러한 본성을 은유해
준다.

고향이란 무릇 생명을 지닌 동물들에게 있어서는 지워질수 없는 숙명과
같은 집념의 대상이라는 얘기다.

다른 동물이 그러할진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어찌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의 시 "고향으로 돌아가자"에서
느끼는 인간의 귀소성은 뭉클한 서정으로 마음에 다가선다. "고향으로
돌아가자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자/ 암데나 정들면 못 살리 없으련마는/
그래도 나의 고향이 아니 그리운가." 인간에게 있어서 고향은 사랑의
원류이기도 하고 눈물의 원천이기도 하며 때로는 보석처럼 영롱히 빛나는
대상이 되기도 하고 병을 앓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가하면 버릴래야
버려지지 않는 모토이자 뽑을래야 뽑아지지 않는 불치병과 같은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고향을 잊거나 잃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사회학자 W H 화이트가 현대문명은 인간이 고향을 떠나는데서
시작되었다고 한 말이 떠오른다. 산업사회가 인구의 도시집중화에서
이루어졌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또한 규격화되고 조직화된 산업사회의
틀에 얽매여 바쁜 나날을 보내는 것이 현대인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것은 자연히 고향을 잃거나 잊어버린 사람들을 양산해 낼 수밖에 없다.

고향을 상실한 현대인. 생각만해도 메마름이 절로 느껴지게 된다.
인간본능의 상실증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전남 진도에서 대전으로 팔려간 5년생 진도개가 300여km의 산과 들과 물을
헤치고 7개월여만에 옛집을 찾아 되돌아 왔다는 소식은 고향을 상실해버린
현대인들에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한번쯤이라도 떠올려 볼 계기를
마련해 주는것 같다.

단순한 동물마저도 그럴진대 어찌 인간이 스스로가 태어나서 자란 어머니
품속같은 고향을 잊고 살수 있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