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5월 동양투자금융은 "국제부"를 신설했다. 인원은 3명.
7개월만인 93년 1월 1일, 3명의 국제부원이 모두 다른 부서로 겸직
발령났다. 이름만 남았지 부가 사실상 해체된 셈이다. 뜻은 좋았으나
단자사로선 국제업무라고 딱히 할만한 일이 없었던 것이다. 93년 7월
1일, 일부 직원들의 겸직을 풀어 다시 국제부 업무만 맡게했다. 종금
전환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니 아무래도 뭔가 준비해야 할것 같아서였다.
인원도 역시 3명으로 구성돼있으나 하는일이 뭐냐고 물으면 "글쎄."다.

서울지역 단자사중 "국제부"조직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동양투금을 비롯 대한투금(6명) 삼희투금(5명)등 3사뿐. 국제화란
단어를 빼면 어디가서 말도 꺼내기 힘든 시대에 살고있지만 단자사의
국제화 현주소는 이렇다. 이유는 뻔하다. "한마디로 할 일이 없는 까닭
이지요. 그 많은 국제업무중 유일하게 허용된게 국제 팩토링업무입니다.
그것도 외환업무를 할수 없으니 수출입모두를 못하고 원화로 하는
수입만하죠. 그나마 반쪽만 하는 셈이지요"(대한투금 이기녕국제부차장)
단자사의 유일한 국제업무인 국제팩토링은 84년 일부 은행들과 함께
인가를 받아 업무를 시작했다. 물론 우리나라 전체수출입에서 팩토링
수출입비중이 1%도 채안되는만큼 성장에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는 업무다.
국내단자사들이 80%가량 차지하는 국제팩토링은 대한 1억3천만달러,
삼희 1억달러등 불과 3억달러규모(93년)에 불과할뿐이다.
그나마 지난 1일부터 일본지역에 대한 LC(신용장)유산스기일이 30일에서
60일로 늘어나는 바람에 팩토링수입비중은 더 떨어질 판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희망이 있는것도 아니다. "우리회사 바로 옆에 지금
은행연합회건물을 짓고 있어요. 건물이 완공되면 외화콜시장이 개설돼
있는 금융결제원이 들어오게 됩니다. 국내콜시장의 중추인 단자가
외화콜중개도 함께하면 자금시장(머니마켓)과 외환시장이 통합되고
그러면 발전의 계기도 될수 있을텐데. "동양투금 안정주국제부차장은
창밖 기초공사가 한창인 건설현장을 바라보며 "한숨섞인 희망"을 말한다.
현재 금융결제원에서 하고있는 외화콜기능을 앞으로 누가 담당하느냐가
금융권의 이슈중 하나지만 단자사가 여기에 끼어들어갈 여지가 매우
좁기때문이다. 얼마전 금융연구원의 "외환시장 하부구조구축을 위한
연구보고서"만 보더라도 외화콜중개는 은행권(은행의 자회사가 맡는
식으로)에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단자사는 외화콜중개야말로
"중개전공"인 자신들이 해야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영역싸움에서
한번도 져본적이 없는 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걱정이 많다.

물론 단자사들의 보수성도 국제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눈앞에서
돈버는것만 좋았지 그동안 국제화는 남의 집 얘기였다. "국제업무의
중요성을 아무리 얘기해도 경영층에 잘 먹혀들지 않아요. 업무인가도
안나는데 돈만 쏟아부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에서죠"(국제부가 없는
모단자사기획부장) 경영진들의 국제화감각은 이력서를 보면 알수있다.
대부분 국제화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이력서에 나타난 사장들의
해외경력을 보면 동양 한동우사장(미스탠포드대최고경영자과정수료)
제일 이귀재사장(신한은행 오사카지점장) 동아 박병희사장(조흥은행
뉴욕지점장)신한 이성규사장(제일은행 오사카지점장)을 제외하면
외국과는 거의 담을 싼 사람들이다.

"은행들은 이익의 40%를 외환부문에서 냅니다. 국제화가 진전될수록
더욱 커질거고요. 국내영업에서 이익이 줄고있는 단자도 이제 국제
부문에서 돌파구를 찾아야합니다"(삼희투금 이원식기획차장) 우물안
개구리식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제화시대에 "미아"가 될뿐이란
경고다.

<육동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