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사연도 많았던 포항제철의 임원 인사파동은 한 임원의 사직을
부르기는 했으나 인사내용의 절반가량이 원래대로 환원됨으로써 일주일만에
일단 수습됐다.

포철은 10일 비서. 홍보담당에서 워싱턴지사근무로 전보된 장중웅상무가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났으며 지난8일의 긴급이사회에서 비서.홍보담당
임원을 이형팔 전무에서 이구택 전무로 다시 바꾸었다고 발표했다.

김종진부사장에게 부여했던 비서.홍보업무의 관장권한도 없던일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퇴직 임원의 복귀는 없었으며 지난7일 철강협회 신년
하례회에 모습을 나타내 관심을 끌었던 고학봉UPI부사장도 아무런 신상의
변화없이 9일 미국으로 귀임했다.

이로써 정초 정명식회장의 "친위구데타"로 야기된 포철의 인사파동과
그에따른 내분은 "포철5인방"중 한사람인 장중웅상무가 도의적 책임을 지는
형태로 물러나고 정회장 계열의 김종진부사장. 이형팔 전무 라인이 맡기로
했던 비서 홍보업무를 중립인사로 평가되는 이구택 전무에게 넘김으로써
일주일만에 일단락됐다.

비서.홍보업무가 의미를 갖는 것은 여기에 인사권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부사장의 권한은 대폭 확대에서 소폭 확대로 축소 조정됐다. 장중웅상무는
추후 포철의 자회사에 자리를 마련해줄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포철의 인사파동은 정회장측이 의도했던대로 조사장을 중심으로하는
"5인방"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는 했으나 정회장도 인사 결정사항을 일주일
만에 번복하는 "힘"의 한계를 노출했다. 그런 점에서 포철 인사 파동의
제1막은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고 할 수도 있다.

어쨋든 정회장과 조사장의 파워게임설,대규모 후속 인사설,퇴직임원의
복귀설등으로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던 포철의 인사파동이 이처럼 조기에
수습된 것은 양측이 모두 상처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발씩 양보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기주총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이 확대될 경우
자칫 정부의 개입을 초래,양쪽 모두의 신상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5인방"쪽의 장상무를 퇴진시키고 대신 정회장의 결정을 일부
수정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포철의 인사파동이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자 정부일각에서는 회장제
폐지등 포철의 경영조직 개편을 적극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면 포철의 내분은 완전히 수습된 것인가.

아직 이에 대한 답을 내리기는 힘든 상황이나 철강업계에서는 대체로
완전한 화해보다는 일시적 휴전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외부시선을 의식해 일단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포철 스스로도 8일의 임원
회의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강조하고는 있으나 이번 일로
인한 앙금과 양분되기 어려운 "힘"의 속성으로 미루어볼때 쉽게 화해할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희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