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철학자답지 않게 굉장한 대식가였다. 그 자신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확실히 나는 두사람 몫은 먹는다. 그러나 나는 그
대신 두사람몫만큼 생각한다"

작곡가인 게오르크 F 헨델도 엄청난 대식가 였다. 그는 어느날 연주회를
마친후에 시장하여 레스토랑에 뛰어들어가 보이에게 말했다. "곁들인 것이
붙은 비프스테이크를 한시간반동안 계속하여 들여 오게"

윈스턴 처칠 또한 그에 못지않은 대식가였다. 배안에서 배멀미가 심할 때
일수록 식욕은 더했다. 아침 메뉴에는 콘플레이크스에 무국 한접시, 달걀
네개, 베이컨 다섯조각, 토스트 네조각, 치즈, 홍차, 여송연, 브랜디와
샴페인등이 들어 있었다.

무슨 보, 무슨 보 해도 식보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옛말처럼 음식을 양껏
먹을수 있었던 건강이 후세에 위대한 업적을 남기게 했는지도 모른다.
소식이 건강의 척도라는 비결에 비춰 본다면 그들은 단명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그들은 요즈음의 평균수명을 누렸다. 쇼펜하우어가 72세, 헨델이
74세, 처칠이 76세로 세상을 떠났으니 말이다.

사람이 이들 대식가처럼 아무 음식이나 마음대로 먹고 마실수 있다는 것은
그 이상의 즐거움이 없다. 식사의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은 다른 일에서도
즐거움을 찾을수 없고 어떤일에도 제대로 도움을 줄수 없다. 식생활에서의
즐거움이 사람의 일상생활에서 건강한가 그렇지 못한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이러한 식생활의 즐거움을 앗겨버렸다. 공해식품
이 범람하다보니 아무 식품이나 먹을수 없게되고 육류 생선류 야채류중에서
건간식을 가려먹어야 건강할수 있다는 의학계의 온갖 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편식이 일반화되는 경향을 띠게 되었다.

어떠 어떠한 식품은 공해물질이 들어있다, 채식주의자가 장수한다, 중년의
산성식품 섭취는 해롭다는등의 경고들이 전통적으로 내려온 균형된 식사
습관을 파괴해 버렸다. 바로 이것이 현대의 갖가지 성인병들을 탄생시킨
주범의 하나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발행하는 "소비자시대" 1월호에는 "잘못 알고있는
식생활상식 19가지"(본지6일자 31면 참조)를 실어 어느 식품도 인체의 건강
에 필요불가결한 것임을 일깨워 주고있다. 건강을 해치는 식품으로 알려진
것이라 하더라도 적정량을 섭취하면 약이된다는 것이다.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