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B에게 한달내 갚는 것을 전제로 10만원을 꿔주었다. 그런데 B가
한달뒤에 돈을 갚지않고 모습을 감췄다. A의 자산인 10만원은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만약 B가 죽었다면 확실히 못받는다(추정손실). 행방불명
이라면 언젠가는 받을수도 있다는 실날같은 희망만 있을뿐이다(회수의문).

금융기관 거래도 마찬가지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한 ''금융기관 경영
지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보유자산의 건전성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
의문/추정손실의 5단계로 분류된다. 여기서 ''부실채권''은 6개월이상 연체
중 무담보대출(회수의문과 추정손실의 합계)을 말한다.

국내 일반은행의 실제 부실채권현황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워낙
대규모여서 부실채권을 전액 상각처리할 경우 거액의 결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상각처리는 은행의 기능을 위축시켜 지불결제제도
의 안정성을 크게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금융산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금융자율화를 무리없이 추진하기 위해선 부실채권의 해소가 선결
과제로 꼽힌다.

금융자율화는 더 많은 부실채권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자율화로
금융기관간 경쟁이 심화되면 각 금융기관은 점유율유지를 위해 경쟁적
으로 수신금리를 올리는 반면 여신금리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우
예대마진이 축소되어 경쟁에서 진 일부 금융기관이 부실화되거나 도산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고금리로 조달한 자금의 조달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상업용 부동산대출, 투기산업 등 고위험자산으로 자금을 운용함에
따라 경기가 침체하는 경우 부실채권이 급증할 수 있다. 금융기관이 파산
하는 경우에도 정부가 암묵적으로 예금자들을 100% 보호하고 있는 우리나라
에서는 도덕적 위해(moralhazard)문제가 더욱 심각하여 금융기관은 지나친
위험을 수반하는 자산운용을 선택할 수 있다.

한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면 예금자들의 대량 예금인출사태(bank-run)가
발생, 해당금융기관은 물론 다른 금융기관까지도 불안정하게 된다.

80년대 후반이후 감소추세를 보이던 일반은행의 부실채권규모는 지난
91년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90년 1조9,000억원때까지 떨어졌던 일반
은행 부실채권은 지난 9월말 3조1,000억원까지 늘어났다. 91년 하반기
이후 경제의 구조조정과정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한계기업의 도산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에서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
(담보가 있는 부실여신, 우리는 부실채권으로 분류하지 않음)을 포함할
경우 실질적인 부실채권은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실채권규모는 은행별로 큰 차이가 있다. 지난 9월말현재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신탁등 5대시중은행의 전체여신중 부실채권비율은 2.8%
인데 비해 하나(0.1%) 보람(0.3%)등 신설은행의 부채비율은 아직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 육 동 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