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들이 모여 차린 회사가 회계법인이다. 우리나라엔 모두 10개의
회계법인이 있다.

우리나라 전업공인회계사(2천1백21명)의 반수이상인 1천3백7명이 외형상
회계법인이란 회사에 몸담고있는 "회사원"이다.

S회계법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면 회계법인의 "회사원"은 일반
봉급생활자와 자못 다르다는 점을 알 수있다.

"우리회사 대표가 누가되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죠"
S회계법인의 한 젊은 회계사는 회사대표가 누구든 자신의 생활과 별반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무관심을 표시한다.

이 회계법인은 6월께 회계사(사원)들이 모여 한해의 예산및 지출계획안을
확정한다. 회계사들의 기본월급을 정하는 것이 최대관심사이다.

기본월급이 많아지면 성과급으로 분배해줄 몫이 작아진다.

"클라이언트(고객회사)가 없는 사원도 있습니다. 이런 회계사들은
기본월급이 높기를 원하고 클라이언트를 많이 쥐고있는 사원들은 되도록
기본급을 낮추고 대신 성과급비중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할 수 밖에 없죠"
사원총회의 결정에 불만이 있으면 법인을 나가면 그만이다. 클라이언트를
많이 쥐고있는 회계사가 탈퇴해버리면 법인 전체의 "파이" 자체가
적어지기때문에 자연히 "능력"있는 회계사의 목소리가 이 분배율을
좌우한다.

50대의 노련한 회계사들이 대부분인 이 회계법인의 기본월급은 보통
2백만원선에서 결정된다는게 법인대표의 귀띰이다.

10개 회계법인가운데 S회계법인처럼 법인내에서도 회계사들이 각기 경제적
독립을 유지하는 법인이 5개정도이고 나머지는 일반회사와 같은 봉급체계가
뿌리를 내리고있다.

삼일 산동 안진등의 회계법인들이 일반 주식회사와 비숫한 월급체계가
확립된 법인들이다. 회계법인의 운영권이 고참회계사(파트너)들의 손에
들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서너명되는 회사창립멤버 회계사들의
클라이언트(고객회사) 확보력이 절대적으로 크기때문에 일반 기업체처럼
회계사간의 상하관계가 분명한 수직적인 조직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 삼일이나 산동같은 법인에 고용된 젊은 회계사들은 여차하면
다른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회계법인이나 개인활동을 위해 뛰쳐 나간다.

"보통 4~5년이지나면 다들 봉급생활 청산을 한번쯤 생각하게 됩니다"삼일
산동의 젊은 회계사들은 이같은 "탈출계획"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올3월 회계감사시즌이 마무리되자 삼일과 산동에서는 모두 67명의
회계사들이 빠져나갔다. 이 두 회계법인은 지난9월의 회계사 합격자가운데
93명을 신규채용해 공백을 메웠다.

회계사업계에서는 아직도 자유직업인이라는 의식이 강해 월급에만
매달리는 것을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원초적인 독립"이 미덕으로
통하고 있다.

합동회계사무소의 경우에는 더욱 원색적인 회계사들의 독립을 볼 수있다.

"합동사무소의 경우 전화번호도 제각기 가지고 따로따로 전화요금을
납부하는 데도 있죠"

"회계감사를 한 일지(감사조서)를 누구에게 보여줄 이유도 없기때문에
아예 자기 집에 조서를 보관 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S회계법인의 회계사)

"독립성"이 강하다보니 목소리도 제각각 이다. 개인 활동을 하는 회계사는
자신들에게 자산규모 2백억원이하의 작은기업으로만 회계감사 범위를
제한한 정부방침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대형 법인들의 경영진
들은 오히려 개인개업 회계사들에대한 회계감사 범위를 더 축소시켜야
된다는 식이다.

증권감독원 회계감리국의 권태리국장은 회계사업계에서는 법인과 개인
또는 연령별로 주장이 상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업계의 의견
수렴에 한계를 느낄정도라고 고충을 밝힌다.

이 때문에 감독원은 지난달 회계사 8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회계감사 대상 제한등 회계사들간에 갈등의 소지가 됐던 사항
들이 거의 들어있어 이들의 답변결과가 정부의 회계사업계정책에 적지않은
영향를 줄 것으로 보인다.

<양홍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