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17일 금융실명제 실시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있는 중소
협력업체를 돕기위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이 그룹은 16일 열린 그룹운영위원회에서 납품대금 지급기일을 현행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고 현금지급 대상 규모를 5백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상향조정키로 결정, 이날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4월 조성한
협력업체 지원기금 2천27억원중 미사용금 1천억원도 조기 집행하기로했다.

현대그룹의 이같은 결정은 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른 중소업체의 자금난이
부품공급중단 및 지연, 또는 도산으로 이어질 경우 하반기 생산 및
수출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될 것이란 현실 인식에 따른것이다.

이같은 위기감을 느끼기는 다른 대기업그룹도 마찬가지다. 실명제실시로
사채시장의 기능이 마비되는등 자금흐름의 왜곡현상이 발생, 중소업체가
큰 타격을 받게되면 그 피해가 자연히 대기업경영에 파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그룹 이외에도 삼성 럭키금성 대우 선경 쌍용 한화등 주요
대기업그룹들은 금융실명제 실시가 발표되자 중소기업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그 지원책을 마련하느라 발빠르게 움직이고있다.

이들 대기업그룹들은 실명제 발표직후 이미 잇따라 대책회의를 열고 중소
협력업체의 자금난이 그룹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후 계열사별로 중소
납품업체의 자금 실태조사에 착수했으며 조만간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지원 방침은 그룹 사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물품대금 지급기일의
단축등 거래 조건을 개선하거나 신용보증 대상 중소업체를 확대,
제도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3월 조성한 중소기업 지원자금 1천억원중 미지급금
9백억원을 조기에 집행하기로했다.

이 그룹은 이를위해 협력기업이 많은 전자 중공업 물산 건설관련 계열사를
중심으로 자금실태 조사에 들어갔으며 삼성전자의 경우 김광호사장이 직접
중소업체및 대리점을 방문, 현지 실태파악에 나섰다.

이 그룹은 이밖에도 60일로 돼있는 물품대금 납일기한을 앞당기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대우그룹은 계열사별로 납품의존도가 높은 협력업체들의 자금실태를
파악, 선급금지불이나 부품대금선납 어음결제기간단축등의 방안을
마련하고있다.

또 협력업체들에게 자금을 빨리 조달할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은행보증에도 나설 방침이다.

대우그룹은 이를위해 하도급회사를 많이 거느리고 있는 자동차 전자 건설
조선을 중심으로 부품회사들의 자금조달실태파악에 적극 나서기로했다.

럭키금성그룹은 금융실명제가 발표된 다음날인 13일 그룹 계열사
자금담당임원회의를 열고 각 계열사별로 협력 중소업체들의 자금 실태를
조사한 후 23일부터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기로했다.

이 그룹은 관련 중소 납품업체가 겪고있는 자금난을 유형별로 분석, 자금
사정이 급박한 업체는 물품을 받기전에 대금을 미리 주는 "선급금제"를
확대 실시하고 납품대금 지급횟수를 현재 월 2회에서 3~4회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신용보증기금에 추천하는 중소업체수도 대폭 확대, 제도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을 원활히 해주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선경그룹은 실명제실시로 5천여 중소협력업체가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을것으로 보고 어음은 평균 30일이내에, 소액은 현찰로 즉시 결제토록
했다.

선경그룹은 또 협력업체가 많은 선경건설등 계열사에 실명제상담창구를
별도로 마련,협력업체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기로 했다.

이와함께 지금까지 실시해온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기술지원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쌍용그룹은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은행융자알선과 지급보증규모를 각계열사
사정에 맞게 차츰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쌍용양회는 우선 우량중소기업에 대해 총1백억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하고
1천3백여개 협력업체중 거래실적이 우수한 업체를 우선적으로 선정,이들에
업체당 2개월간의 생산비에 해당하는 자금을 빠른 시일내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중소업체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때 어려움을 겪는
담보문제를 덜어주기위해 우량중소업체에는 약2개월에 해당하는 거래금액을
지급보증해 줄 방침이다.

기아는 실명제실시 발표이후 협력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약3백50개의 1차 협력업체는 제도금융권에 들어와 있어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이나 2천6백여 2차 협력업체는 사채시장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이들을 제도금융권으로 끌어들이는데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를위해 이들업체의 은행거래를 위한 지급보증을 서주기로 하고 1차
협력업체로 하여금 자금지원등의 방안을 강구할 것을 요청키로 결정했다.

또 1차 부품업체에 대한 선급금지원등을 강화,2차 부품업체에 대한
지원여유를 만들어줄 계획이며 2차 부품업체가 부도위기에 몰릴 경우
별도의 자금을 마련, 직접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4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마련했던 2천7백억원의 자금도 조기에
집행키로 결정했다.

한화그룹은 기존거래업체에 대한 발주량을 우선적으로 늘려주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또 계열사별로 실시하고 있는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