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물가안정에 비상이 걸렸다. 교통요금을 비롯한 각종 공공요금이
들먹거리는데다 개인서비스요금도 덩달아 오를 조짐을 보이고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4.5%수준으로 안정돼 최근 몇년간 지속됐던 인플레추세가
꺾이는듯 했으나 올들어선 연초부터 물가안정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물가당국은 올해 소비자물가를 4~5%수준으로 잡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4.5%선으로 안정된 것을 감안하면 무리한
목표설정은 아니라고 볼수도 있다. 그러나 금년에는 물가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어느해보다도 적지않다는게 물가당국의 걱정이다. 아직도
물가상승압력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형국이다. 물가안정기반이
정착됐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물가관리노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금년 소비자물가는
지난해보다 1~2%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라는 물가당국의 지적도
바로 이때문이다.

우선 버스 지하철 철도요금등 교통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의 인상을
최소화하는게 가장 화급한 선결과제이다. 현재 관련업계나 기관이 인상을
요구중인 이들 대중교통요금은 물가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공공요금중의 하나다.

연초부터 이들 교통요금이 큰폭으로 오를 경우 불에 기름부은듯이
인플레심리가 되살아날 것이라는게 물가당국의 예상이다.

교통요금의 인상은 어느정도 불가피하다는게 정부입장이다. 버스등
대중교통업계의 경영난이 극심해 더이상 방치할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교통부가 마련한 인상안에 따르면 서울지하철및 수도권전철의 1구역요금을
2백50원에서 3백원으로 20%,부산지하철은 2백20원에서 3백원으로 36.4%
올려야한다는 것이다. 시내버스요금은 일반 2백10원에서 2백60원으로
23.8%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또 시외버스는 일반직영 24%,고속직행및 고속일반을 각각 30%씩 올리고
철도요금은 평균 12.1%인상안이 제시됐다. 이밖에 연안여객선요금도
10~20%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교통요금 뿐만아니라 우편 전력요금도 들먹거리고 있다. 체신부는
통상우편물(1~4종)요금을 10원씩 올릴 계획이며 동자부도 전력요금체계를
개편하면서 인상을 추진중이다. 전화요금도 시외요금은 내리되 시내요금은
올리기로 예정돼있다.

각종 공공요금인상이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줄을 잇고 있는
모습이다. 올들어 연초부터 공공요금인상이 러시를 이루는것은 그동안
인상을 미뤄왔던데 대한 반작용이라고 볼수도 있다. 정부도 일부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어 시기결정만 남은 셈이다. 문제는
이들 공공요금이 일제히 오를 경우 인플레심리의 확산으로 각종
개인서비스요금과 생활필수품가격의 연쇄인상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특히
정권교체기의 느슨한 행정단속을 틈타 대중음식값 목욕료등 서비스요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제기획원은 일단 이같은 물가상승압력을 "총력저지"한다는 각오아래
13일 물가대책회의에서 각 부처에 협조를 요청했다.

각부처가 올 물가를 4~5%로 안정시킨다는 목표에 찬성한 만큼 각종
공공요금도 이 범위내에서 억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먼저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수업료및 철도 우편 전력 전화요금등의
인상을 최소한으로 억제해 올해 공공요금 인상폭을 평균 5%이내로
유지한다는게 물가당국의 1차목표이다. 또 개인서비스요금의 편승인상을
막기위해 가능한한 인상시기를 늦출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는
상수도요금 오물수거료 공공시설이용료등도 연도별 조정계획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인상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개인서비스요금은 인상한지 1년미만인 업소에 대해선 현수준에서
동결토록하고 1년이상인 경우 6%이내,2년이상은 한자리수이내에서 인상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과다인상업소는 위생검사 세무조사를
의뢰,불이익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가격인상에 모범적인 업소에
대해선 상수도료를 감면해주되 금년부터 대상업소를
중식.일식.양식음식점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물가안정의 또다른
복병은 농축수산물가격의 급등이 우려되는 점이다. 지난해 이례적인
풍작으로 농축수산물가격은 1%가 내려 물가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91년 농축수산물가격이 12.4%나 올랐던데 비하면 지난해는 거의
"폭락"에 가까운 시세를 나타낸 것이다. 지난해 농축수산물가격이 평년과
같은 수준을 보였을 경우 소비자물가가 1~2%포인트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게
물가당국의 "솔직한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풍작으로 소비확대운동까지 벌였던 과일류는 올해
해거리현상에 따른 작황부진이 예상돼 자칫 급등할 소지를 안고있다.

정부는 우선 작황부진으로 공급이 달리는 품목은 농안기금중 1백억원의
긴급수입자금을 활용,그때그때 수입해 수급불안을 해소시키기로 했다.

또 쌀값안정을 위해 정부보유양곡을 최대한 방출,쌀값상승을 5%이내에서
관리할 방침이다.

수산물가격도 작년에는 보기드문 대풍어로 1.9% 하락했으나 올해는 상당폭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에따라 명태 고등어등 수급불안이
우려되는 품목에 대해선 할당관세의 적용을 추진하고
한.러시아어업협력사업을 통한 명태반입량을 지난해의 10만 에서 올해는
15만5천 으로 50%가량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물가를 4~5%수준에서 관리한다는 목표아래 이처럼 다각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모처럼 다져지는 물가안정기조를 흔들리게
할수없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물가당국의 "억제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게 물가당국자들의
하소연이다. 정부의 행정규제완화방침에 따라 각종 공공요금의 결정권을
점차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고 있는 만큼 과거와 같은 규제위주의 물가시책은
더이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기업들이 원가절감을 통해 가격상승을 자제하고 국민들이 소비절약에
협조하지 않는한 물가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데 달리 이견이 없다.

그러기위해선 무엇보다 정부부터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을 최소화하는
노력에 앞장서야 할것임에 틀림없다.

<손희식기자>